김애란/창비

 

   
▲ 권혜림 사서
평택시립도서관
 

<칼자국>은 <바깥은 여름>, <두근두근 내 인생>으로 유명한 김애란 작가의 단편소설로, 그녀의 두 번째 소설집인 <침이 고인다>에 수록된 작품이다. 2008년 이효석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단편소설은 딸이 어머니의 인생을 그녀가 평생 함께해 온 칼을 통해 이야기 하는 내용이다.

젊은 시절 어머니는 눈이 크고 예뻐 인기가 많았지만 쾌활하고 오만한 자신과는 다른 남자에게 끌렸는지 순하고 내성적인 아버지를 선택하여 결혼한다.

그러나 순하고 내성적인 아버지는 번 돈을 가족이 아닌 자신에게 쓰고, 남에게 베풀고, ‘그류’라는 말 한마디로 남에게 척척 빌려주는 가장으로서는 빵점인 남자였다. 그리고 그런 남자와 결혼한 탓에 어머니는 억척스럽고 생활력 강한 여자가 된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부른 배를 안고 간 시장에서 무쇠보다 녹이 잘 슬지 않는다는 ‘특수 스댕’으로 만든 칼을 산 어머니는 딸이 여섯 살 쯤 생활력 없는 남편을 대신해 그 칼을 들고 국숫집을 차린다.

칼날의 반짝임이 사라지고 칼자루가 여러 번 바뀔 때까지 그 칼로 음식을 만들고, 딸이 대학을 가고 시집을 가고 하물며 바로 자신의 삶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도 칼과 함께한다.

딸은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며 어머니의 인생을 돌아본다. 칼로 재료를 다듬고 썰어 만든 음식을 통해 딸은 어머니의 칼자국도 함께 삼키고 있었음을 그리고 자신의 몸에 그 많은 칼자국이 새겨져있음을 깨닫는다.

“어두운 내 몸속에는 실로 무수한 칼자국이 새겨져 있다. 그것은 혈관을 타고 다니며 나를 건드린다. 내게 어미가 아픈 것은 그 때문이다. 기관들이 다 아는 것이다. 나는 ‘가슴이 아프다’는 말을 물리적으로 이해한다.” - 본문 중에서.

책을 덮는 순간 엄마가 생각났다. 아침 엄마의 도마소리에 잠을 깨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그리고 찬찬히 내 몸에 새겨진 칼자국을 생각해본다. 엄마는 무슨 생각으로 칼을 쥐었을까. 엄마의 고단함, 외로움의 맛이 나는 이제야 느껴진다. 그리고 엄마의 밥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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