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심’으로
꿋꿋이 사는 인생이
최고로 행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맹광주 이사
평택시사회복지협의회

요즈음 나이 지긋한 분들의 모임에 가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듣게 되는 말이 있다. ‘구구, 팔팔, 이삼사’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틀만 아프고 삼 일째 되는 날 죽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단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유감스럽게도 그처럼 행복한 죽음을 맞지 못한다.

혈압, 암, 치매, 당뇨 등으로 그나마 조금 가지고 있던 재산을 다 날리고 자식들은 물론, 주변 모든 이들에게 고생만 잔뜩 시킨 뒤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 욕심 한번 부리지 않고 나름대로 성실하게 살아왔으나, 질병과 사고로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하는 경우에는 더욱 안타까운 인생이지 않나 생각해본다. 고통 없이 세상을 떠나게 해달라며 기도하는 자식들도 늘어가고 있고, 품위 있는 죽음을 연구하는 학회도 생겨났다.

생을 편안하게 잘 마감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생각난다. 물론, 직위나 재산이 노년의 품위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누릴 만큼 누렸으나 늙어가며 추해지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과거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욕심 없이 깔끔한 자기 관리로 보기만 해도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이도 있다.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렇듯 ‘존경받는 노후’를 위해서는 나름대로 투자와 훈련이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그래서 노년의 삶을 멋있게 살아가는 방향을 살펴볼까 한다.

먼저 나이가 들수록 집과 주위 환경이 모두 깨끗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주변을 정리·정돈하고 자신에게 필요 없는 물건들은 과감하게 털어내고 귀중품이나, 패물, 재산들을 유산으로 남기기보다는 살아 있을 때 선물로 주는 것이 효과적이고 받는 이의 고마움도 배가 된다.

그러면서 용모는 항상 단정히 해 구질구질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젊을 때는 이 옷, 저 옷 아무 옷이나 입어도 괜찮지만, 나이가 들면 비싼 옷을 입어도 좀처럼 멋있는 티가 나지 않는다. 또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많이 하라고 권하고 싶다. 노인들의 장광설과 훈수는 모임의 분위기를 망치게 하고 사람들을 지치게 만든다. 쓸데없는 말 대신 손뼉을 많이 쳐주는 것이 환영을 받는 비결이다. 그리고 회의나 모임에 부지런히 참석하자. 집안에만 칩거하며 대외 활동을 기피하면, 정신과 육체가 모두 병들어 간다. 동창회와 향우회, 옛 직장 동료 모임 등 익숙한 모임보다는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이색적인 모임이 정신과 육체를 더 좋게 만든다.

언제나 밝고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혜롭고 활달한 노인들은 주변을 활기차게 만든다. 간단하고 짧으면서 곰삭은, 지혜로운 말들이 좋으며 독창적인 유머 한 가지 곁들일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또한 돈이 됐든, 일이든 자기 몫을 다 해보자. 지갑은 열수록, 입은 닫을수록 대우를 받는다. 그러면 자신도 즐겁고, 가족과 아랫사람들로부터 존경과 환영을 받게 된다. 그러면서 포기할 것은 과감하게 포기하자.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제껏 내 뜻대로 되지 않은 세상만사와 부부 사이, 자식들의 문제가 어느 날 갑자기 기적처럼 변할 리가 없지 않은가? 되지도 않을 일로 속을 끓이느니, 차라리 포기하는 것이 심신과 여생을 편하게 하지 않을까? 바다와 같이 넓디넓은 마음을 지닌 사람은 자신도 행복하고 주위도 행복하다. 이러한 모든 조건은 결국 ‘신심’이라는 두 글자에 담겨 있다. ‘신심’으로 꿋꿋이 사는 인생이 바로 최고로 행복한 삶, 아니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