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에 대한
평택시의 방침을
확실히 하는 것이
시민의 안전을
우선하는 일이다

 

 
▲ 임윤경 사무국장
평택평화센터

지난 2015년 평택오산미공군기지로 살아있는 탄저균이 배송돼 사회적 문제가 되었을 당시, 그해 6월 4일자 <한겨레신문> 기사에서 미군 군사 매체는 미군이 생물학전 대응 실험 장소로 한국을 택한 이유에 대해 “주한미군 고위급들이 주피터프로그램이란 선진적인 개념을 실험해보길 원했다. 주둔국(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미국의 자원이 고도로 집중돼 있고, 미군에 우호적(Friendly)인 곳이다”라고 답했다. 이에 몇몇 전문가는 주피터프로그램과 관련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 적어도 진상은 충분히 밝혀져야 하고 확실한 위험 통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미군은 구체적인 실험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우리 정부도 관련 정보를 요구하지 않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벌어지는데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다. 당시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 또한 살아있는 탄저균이 배송된 사실에만 관심이 집중돼 주피터프로그램에 대한 내용이 언급됐음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두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 2017년 12월 19일 한 언론매체가 ‘생화학 실험실이 내년 초 평택 미군기지 K-6 캠프험프리스에 설치 극비 추진’ 기사를 보도했고 이와 함께 미 국방부 예산평가서가 전격 공개됐다. 그제야 주피터 프로그램과 생물무기실험실에 관심이 집중됐다. 평택시민사회단체는 미군과 국방부, 평택시에 ‘평택미군기지 K-6 캠프험프리스 주피터프로그램의 사실 여부와 실험 여부’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미군의 답변을 통해 정황을 정리해보면 주피터프로그램은 이미 2015년 이전부터 진행돼왔다. 또한 현재 K-6 캠프험프리스에 설치를 완료,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설마 기지 안에서 실험을 하겠어? 자기들도 위험할 텐데”라고 누군가는 말한다. 맞는 말이다. 아무리 미군이 이에 상응한 백신을 맞는다고 하더라도 생물무기는 치명적이다. 하지만 군인이란 하나의 도구다. 전쟁을 준비하는 기지 안에서 군인이란 존재는 전쟁에 나가 싸우는 도구에 불과하다. 생물무기실험실을 만들고 실제 실험을 하는 미군 시스템은 군인 한 사람의 존엄성을 생각하지 않는다. 하물며 기지 주변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주민들의 안전을 생각하겠는가.

지난 10월 1일 평택시의회 3층 간담회장에서 ‘미군기지 평택, 생물무기 실험의 실태와 위험성’ 시민강좌를 진행했다. 평택시의회 의원 몇 분과 함께 우희종 서울대학교 교수를 초청해 진행한 강연이다. 이 강연을 준비한 목적은 단순하다. 문제의식 공유와 시민 안전을 위한 적절한 대응책 마련이다. 생물무기실험실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진 이상 평택시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 적절한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 우리 시민사회단체 또한 마찬가지다. 미군기지로 인한 문제를 지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현 가능한 해결책을 평택시와 정부 기관에 제시해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변화를 만들도록 설득하고 요구해야 한다. 이번 강연은 그 첫걸음이었다.

대량 살상이 가능한 생물무기실험은 절대 이뤄져서는 안 된다. 해법은 따로 없다. 미국이 모든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대책 마련을 분명히 하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전문가와 시민들의 일상적인 미군기지 환경감시체계가 가동될 때 시민의 안전은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권한과 역할 강화를 통한 평택시의 주체적인 태도다. 평택시가 할 일이 무엇이고 미군과 협력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방침이 확실할 때 미군에 명료한 요구를 할 수 있고, 그것이 시민의 안전을 우선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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