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위해서
평택의 고교평준화가
하루빨리 시행되도록
추진해야 한다

 

 
▲ 박명진 추진위원장
평택고교평준화추진위원회

작은도서관에서 몇 명의 엄마들과 함께 그림책 모임을 하고 있다. 몇 달 전 모임에서 지난 밤 한 중학생이 아파트에서 떨어져 숨졌다는 내용으로 성당 교우에게 기도 요청 문자를 전달받았다며 서로 안타까운 마음을 나눴던 기억이 있다. 며칠 전 고교평준화토론회 자리에서 경기도평택교육지원청 교육장의 인사말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중학교 3학년 학생이 고입에 대한 불안감으로, 목숨을 버리는 선택을 했던 것이다. 장례식장을 찾은 교육장에게 학생의 아버지는 자신이 죽였다고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나 또한 같은 부모의 마음으로 그 학생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한 마음이 들 뿐 어떠한 말도 이어 나가기가 어렵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더 빠른 시일에 고교평준화를 이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사이 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이 또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평택에서 중학생을 둔 가정은 동일한 문제를 안고 힘들어하고 있다. 중학교 1학년 때는 자유학년제로 진로 탐색을 한다며 시험을 치르지 않는다. 하지만 다양한 수행평가를 통해 내신관리를 해두지 않으면 중학교 3학년이 돼 고교입시에 부담이 가중되고 눈앞에 닥친 시험성적을 높이기 위해 사교육을 하는 이중, 삼중의 어려움이 따른다. 사실 지나고 보면 별것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느껴진다. 아이도, 부모도 밀려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그리고 그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무능함을 자책하고 수긍하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먼 거리의 학교에 다니며 3년을 감내한다. 이 일이 지나서는 당장 내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관심에서 멀어지고 자신이 겪는 부당함을 이야기 할 여력을 내지 못한다. 이 모든 것을 고스란히 개인의 몫으로 돌리고 있다. 사회는 우리를 ‘각자도생各自圖生’ 하게끔 만들고 있다.

우리는 잘 들여다보아야 한다. 이 문제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던 그 학생과 부모의 잘못인가? 어떤 이유에서든 성적이 나쁜 학생들의 잘못인가? 그렇지 않다. 이것은 사회구조의 문제다. 평택시의 정책이 공정하지도, 평등하지도 않은 비평준화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교육평등권을 주장할 수 있고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결국 비평준화는 10%의 엘리트층이 서열화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의 발판이다. 우리는 비평준화가 공정하지 않은 정책임을 인지하고, 공감하고 있다. 그래서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평택도 고교평준화를 시행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4일 경기도교육청에 청원했고, 평택시와 협의를 통해 실무협의체를 구성, 지금까지 2차 회의가 진행된 상황이다.

고교평준화를 위한 조건으로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77조 2항을 보면 “학교 간 거리, 교통의 발달 정도 등에 비추어 학생의 통학에 불편이 없어야 함. 중학교 졸업생 수와 고등학교 입학 정원이 적절한 균형이 이루어져야 됨. 평준화 타당성 조사 결과 다음 사항이 적합하여야 함. 학교군 설정, 학생 배정방법, 학교 간 교육격차 해소계획, 비 선호 학교 해소 계획, 단위학교 교육과정의 다양화·특성화 계획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시행령상의 내용을 해소해나가는 것이 고교평준화인 것이다. 평택지역은 이미 올해부터 평택시와 경기도평택교육지원청이 함께하는 혁신교육지구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 사업이 잘 진행되기 위해 평택고교평준화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고교입시의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우리의 자녀, 우리의 손자·손녀라면 평준화의 시급함을 깨닫고, 절박함을 갖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더 마음을 모으고, 힘을 모아 평택고교평준화가 하루빨리 시행되게 해야 한다. 인간은 경쟁 속에서 절대 행복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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