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영/창비

 

 
▲ 이윤정 사서
평택시립 안중도서관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떨까? 내가 택하게 될 부모는 어떤 모습일까?

2018년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이희영 작가의 책 <페인트>는 ‘부모 면접’을 소재로 한 청소년 소설이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은 정부 차원의 관리 시설인 NC라는 곳에서 자라게 된다. NC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정부의 보호를 받으며 생활하고, 생활하는 동안 부모 면접을 통해 아이를 필요로 하는 어른들을 만나 그들에게 점수를 매기고 자신이 원하는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인 페인트는 NC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 부모 면접(parent's interview)을 일컫는 은어이다.

NC에서 생활하다가 성인이 되면 NC를 나가 스스로 생활해야 하고 부모를 만나지 못하고 혼자 NC를 나가게 된 아이들은 차별 속에 살아간다. 그런 아이들이 없도록 NC의 직원들은 부모 면접을 통해 부모와 아이들을 연결하는 일에 힘쓴다. 때문에 NC에서 생활하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좋은 부모를 선택해서 빨리 NC를 떠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제누301’은 그렇지 않다. 부모 면접에도 관심이 없고 좋은 부모를 만나 NC를 나가고 싶다는 생각도 없다. 그럼에도 NC의 직원들은 제누301에게 지속적으로 부모 면접을 할 것을 요구한다. 제누301이 원하는 부모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고 좋은 부모를 만나 NC를 떠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도 현재 부모 없이 자라는 아이들이 많이 있다. 시설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아이를 원하는 어느 부모의 선택이 있다면 입양되어 가족이 생기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 시설을 나와 혼자 살아가게 된다. 소설과 현실에 다른 점이 있다면 선택의 주체이다. 현실에서는 보통 아이가 없는 부모가 여러 아이들 중 자신이 원하는 아이를 선택하지만, 소설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자신의 부모를 선택한다.

청소년기를 지나는 많은 아이들이 부모와 갈등을 겪는다. 나와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면서 아무 갈등 없이 살아간다는 건 생각만큼 단순하고 쉬운 일은 아니다. 한 번쯤은 내가 부모였다면 어땠을까, 내가 부모에게 점수를 매기고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떨까? 소설을 통해 할 수 있는 작은 상상은 청소년 독자들에게 통쾌함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소설은 단순히 부모를 선택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그렇다면 나는 과연 우리 부모님에게 좋은 자녀일까?’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좋은 부모가 있다면 좋은 자녀도 있지 않을까? 부모님과 나의 관계는 지금 어떨까? 우리는 좋은 관계일까? 청소년에게도 청소년을 둔 부모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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