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농인의 삶을 잘 담아낸
영화가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 김한나
서울인권영화제
‘손으로 말하기까지’
자막 감수

‘손으로 말하기까지’는 2018년 ‘제23회 서울인권영화제’를 통해 한국에 처음 공개된 영화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소리보다 수어를 통해 전개된다. 따라서 청각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보다는 시각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압도적으로 많다. 영화에 자막을 입힐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영화제 활동가 중에는 소리가 아닌 영화의 대사를 한국수어로 통역한 영상을 보고 다시 자막을 입힐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상임활동가분과 아는 사이였기에 자연스럽게 자막을 입힐 수 있느냐는 제안이 들어왔고 흔쾌히 응했다. 그렇게 한국어로 번역된 자막을 한국의 농사회의 환경에 맞게 감수했으며, 자막 삽입에 이어 관객과의 대화 패널로 참가해 서울인권영화제와의 만남이 이뤄졌다. 그 인연으로 평택시장애인인권영화제에서도 관객과의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손으로 말하기까지’는 오스트리아 농인의 삶을 다각도에서 보여준다는 면에서 매력적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한 인물을 집중적으로 보여줄 수도 있지만, 한국과 유사한 농인의 삶, 그러면서도 다른 삶을 보여주고 있다. 오스트리아와 한국의 사회가 비슷한 점이 있다면 영화의 첫 장면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병원에서 자녀의 청력 유무를 확인하고 인공와우를 할지 상담하는 모습이 상당히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농인 자녀가 태어날 시에 인공와우를 하는 쪽으로 병원에서 유도를 많이 하는 편이다. 인간은 ‘LAD 언어습득장치’를 가지고 태어나며 일정 시기가 지나면 언어를 습득하는데 큰 작용을 하는 LAD가 사라진다고 보고 있다. 병원 측에서는 이러한 점을 강조하며 빨리 인공와우를 하지 않으면 자녀가 의사소통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하며 수술을 하게끔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인공와우를 하지 않을 경우 사회에서 살아갈 수 없는 것일까? 보청기와 인공와우는 어디까지나 의사소통의 보조적 수단으로만 작용할 뿐이며 그것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수술 후에도 인공와우 부품에 대해서 관리를 해줘야 하고 언어치료도 동반되는 것을 고려하면 수술이라는 것은 단순히 의사소통을 위해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간단한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인공와우 수술을 하는 것이 농인의 정체성을 억압한다는 입장과 의사소통이 된다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나뉘고 있다. 이러한 두 갈래의 모습은 아직도 뾰족한 답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손으로 말하기까지’를 통해 본 오스트리아 모습이 한국과 가장 큰 차이가 있다고 하면 오스트리아에는 농인 정치가가 있다는 것인데, 그녀는 국회의원으로서 국회에 참가하기도 하고 농인들과 간담회를 열며, 전문가들과 정책을 의논하기도 한다. 영화는 그녀가 국회의원으로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현재 한국에는 우승호 대전시의회 의원이 농인으로서 비례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나,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이러한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손으로 말하기까지’는 농인의 일자리, 예술, 개인의 삶 등 전반적으로 오스트리아 사회의 모습을 잘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영화를 몇 번 다시 봐도 그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든다. 처음 볼 때, 두 번째 볼 때, 세 번째 볼 때 각각 다른 포인트에서 생각하게 된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농인의 삶을 잘 담아내는 작품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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