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교육생태계를
바꿔나가는
실천적인 운동으로
거듭나야 한다

 

▲ 심은보 교사죽백초등학교

평택 죽백초등학교는 9년 차 혁신학교다. 내가 이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나, 너, 우리가 함께하는 행복한 배움터를 꿈꾸며 죽백삶터 교육을 일궈가기 시작한 지가 벌써 여덟 해째다. 이제 내년이면 학교를 옮겨야 한다. 어느 학교로 옮겨야 할까 하는 고민을 하다 보니, 죽백중학교는 없냐며 죽백중학교를 좀 만들어 달라고 장난처럼 말하곤 하던 제자 녀석들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가는 것도 같다.

2009년도에 경기도 혁신교육이 시작되었으니 혁신교육의 물꼬가 터진 지는 벌써 10년도 훌쩍 넘어섰다. 그 사이 여러 시도와 노력이 있었고, 우리 평택에도 2019년 현재 초·중·고 100개의 지역 학교 중 22개 학교가 혁신학교로, 나머지 대부분의 학교가 혁신공감학교로 지정·운영되고 있다. 또, 올해부터는 평택시와 평택교육지원청이 함께 평택혁신교육지구 사업을 펼쳐내기 시작하고 있다. 이처럼 10여 년 사이 지역사회 곳곳에 혁신교육의 무늬가 아로새겨지고 있다.

이처럼 넘실대는 혁신교육의 물결 위에서 나는 왜 어디로 가야 할지 망설이고 주저하며 고민하는 것인가. 그것은 곳곳에서 혁신을 둘러싼 낱말들이 요란하게 일렁이는 그 무늬의 아래에 있는 바탕과 속살이 아직도 충분한 내용을 채워내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혁신교육을 한다는 것이 혁신학교 숫자를 늘리는 일에만 머물러서는 결국, 혁신교육가 품고 펼치고자 했던 뜻마저 약하게 하고 말 것이다. 이제는 숫자 늘리는 일을 멈추고 그 학교들의 바탕과 속살에 담을 뜻과 내용을 제대로 고민하고 채워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한다는 것이 그저 예산을 나눠주는 그럴듯한 사업 만들기에만 골몰해서는 예산은 예산대로 쓰고 결국 남겨지는 것은 없는 돈 잔치에 그치고 말 것이다. 이제는 지역 곳곳을 교육 가능한 배움터로 엮어내고, 함께 할 수 있는 자원을 학교 안팎이 지혜를 모아가며 다채로운 방식으로 엮어내어 온 지역이 배움의 장이 될 수 있는 ‘문화’와 ‘시스템’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평택교육이 가려고 하는 과녁을 또렷하게 설정해야 한다. 다행스러운 일은 올해부터 평택시와 평택교육지원청이 함께 평택교육이 가려는 방향을 잡아나가는 일을 학교를 포함한 다양한 지역사회 교육 주체들과 함께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기반으로 함께 예산과 인력, 지혜를 모아가며 혁신학교,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잘 펼쳐내서 평택 곳곳이 혁신교육의 장으로서 기능하며, 아이들 성장을 위한 배움터로 역할을 해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

또 하나 시급한 일은 시대의 흐름에 걸맞게 고교평준화 제도를 시행하는 일이다. 평택지역 22개 혁신학교 중 중학교가 4곳, 고등학교가 1곳이라는 사실은 비평준화가 중등교육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 하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여전히 비평준화의 기치 아래 경쟁과 통제의 시스템이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으며 내일을 위해 오늘의 행복한 성장을 유예하고 있는 평택교육, 소수의 특별한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나머지 아이들의 의욕을 꺾어놓고 들러리로 세워두고 있는 평택교육을 이제는 모든 아이가 주인공으로 서서 각자의 빛깔을 가꿔갈 수 있는 교육으로 바꿔내야 혁신교육도 가능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혁신교육은 2009년 경기도교육청의 정책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학교를 바꾸자는 운동을 넘어서 학교 안팎 지역 곳곳 어디서라도 안전한 배움과 성장이 가능한 평택을 만들기 위해 지역 교육생태계를 바꿔나가는 실천적인 운동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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