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희나/ 책읽는곰

 

 

▲ 박주하 사서
평택시립 안중도서관

‘나는 개다’라는 책의 표지를 보는 순간 어린 시절의 기억에 잠시 머무르게 되었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학교 도서관에서 빌렸던 하얀 강아지가 등장하는 그림책을 읽으면서 책 속에 그려진 강아지가 너무 예뻐서 강아지가 나오는 장면을 손으로 만지작거렸던 기억이 떠올라 미소 짓게 한다.

기분 좋은 마음으로 책을 몇 장 넘기다 보니 반가운 얼굴이 등장한다. 강아지의 새 가족으로 소개되는 인물들은 어딘가 익숙하다. 그러고 보니 백희나 작가의 작품 중 ‘알사탕’에 등장하던 그 주인공 동동이다. ‘나는 개다’라는 그림책은 동동이의 어린 시절, 동동이와 구슬이의 만남부터 그들의 과거에 대한 추억여행 같은 이야기다.

이 책의 주인공은 바로 구슬이다. 강아지의 관점에서 한 번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아침이다. 아버지는 출근하시고, 동동이는 어린이집에 간다. 물끄러미 그들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구슬이는 할머니가 화장하며 나갈 채비를 하자 자신도 따라 나갈 생각에 덩달아 신이 난다. 그런데 다음 장면에서 구슬이는 물끄러미 앉아 현관문만 바라보고 있다. 이제부터 구슬이의 기다림의 시간이다. 책의 두 페이지를 가득 메우고 있는 ‘기다린다’는 글자들…, 구슬이의 기다림에 지친 모습이 안스럽다. 어린 시절 엄마는 직장생활 때문에 바빴다. 혼자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와 가방을 던지고 망가진 인형처럼 앉아서 기다린다. 어둠이 어슴푸레 내려앉을 때까지 나도 엄마를 하염없이 기다렸었다. 이 장면에 유독 마음이 쓰였던 건 어린 날의 내 모습과 겹쳐졌기 때문인 것 같다. 요즘 1인 가구도 늘고, 그에 따라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는데 집에 홀로 남겨진 반려견들의 마음이 얼마나 쓸쓸할까. 강아지의 처지에서 생각해본다.

다음 장면에서는 신나게 산책하는 구슬이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구슬이가 동동이를 보고 반가움에 힘차게 내달린다. 다음 순간 동동이는 넘어졌다. 다섯 살 동동이가 서럽게 운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구슬이는 인간의 아이가 참 나약하다고 느끼며 자신이 동동이를 지켜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슬이는 동동이와 신나게 놀다가 잠이 든다. 그런데 갑자기 구슬이의 배가 너무 아프다. 동동이가 아직도 똥오줌을 못 가려서 잠자리에 실수한다며 자신이 보살펴 줘야겠다던 구슬이가 그만 이불 위에 실수하고 만다. 아버지는 불 뿜는 화산처럼 화를 내신다. 그날 밤 구슬이는 큰소리를 내지 못하고 작은 소리로 혼자 운다. 어둠 속에서 혼자 잔뜩 웅크린 채 울고 있는 구슬이 앞에 등장한 것은 동동이다. 동동이는 아빠에게 혼이 나고 기가 죽어 있는 구슬이가 마음에 걸려 이불을 끌고 밖으로 나왔다. 마지막 장면에서 구슬이는 동동이의 품에 안겨서 편안히 잠이 든다. 그 모습이 너무 따듯하고 사랑스럽게 다가온다.

 ‘알사탕’ 의 주인공들의 과거는 이랬구나, 이렇게 서로를 위하면서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사랑하는 가족이 되었구나. 때로 서로 의견 충돌도 있고 서운한 감정을 느낄 때도 있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은 어떤 단어보다 따듯한 것 같다. 구슬이의 입장에서 펼쳐진 동동이네 가족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 가족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사춘기에 접어든 첫째 조카, 잠시도 차분하게 있지 못하는 둘째 조카, 아직도 아기처럼 떼를 쓰는 막내 조카까지…, 함께 있지만 잘 놀아주지 못해 미안한 생각이 밀려든다. ‘나는 개다’는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참 따듯한 책이다. 엄마가 아이에게 읽어주면서 마지막 장면처럼 함께 잠이 들기 참 좋은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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