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이 빠진 동그라미가 있었습니다. 잃어버린 조각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 동그라미는 때로는 눈밭에 구르고, 때로는 비를 맞고, 때로는 햇볕에 그을리면서도 잃어버린 조각을 찾는다는 노래를 부르면서 덜컥 덜컥 굴러다녔습니다. 빨리 구를 수 없으니 쉬어가는 일도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동그라미는 벌레와 이야기도 하고 꽃향기도 맡았습니다. 쉬고 있는 동그라미 머리 위에는 나비가 내려앉기도 했지요.

동그라미는 오랜 여행 끝에 잃어버린 조각을 찾았습니다. 몸에 딱 맞는 조각을 찾고 보니 구르기도 훨씬 쉬워졌습니다. 속도도 빨라져서 신나게 달릴 수 있었지요. 그런데 그렇게 빨리 달리다 보니 동그라미는 숨이 차서 노래도 부를 수 없었고, 벌레와 이야기 나눌 시간도 없었고, 꽃 냄새도 맡을 시간도 없어졌습니다. 물론 나비가 내려앉을 수도 없었지요. 결국 동그라미는 어렵게 찾은 조각을 다시 빼 놓고 예전처럼 덜컥거리며 구르기 시작합니다. 잃어버린 조각을 찾는다는 노래도 부르고, 벌레와 이야기도 하고, 꽃냄새도 맡으면서 말입니다. 

살다보면 주변에서 스스로 부족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내가 가진 것이 없음에도 무엇이든 자꾸 주고 싶어집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 좋은 음악이라도 함께 듣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기는 것이지요. 그러나 너무 완벽하게 보이는 사람에게는 선뜻 다가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는 내가 아니어도 충분히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오래 전 읽었던 이 동화가 떠오르곤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완벽하기를 바라며 살아가지만 그 완벽함이 곧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 동화가 깨닫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나 역시 예전에는 부족한 부분을 남들에게 드러내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부족한 부분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고, 그래서 스스로에게 가혹한 채찍을 들이대기 일쑤였습니다.

그중에서도 내가 특히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바로 ‘숫자’입니다. 숫자는 언제 들어도 내 머릿속의 지우개처럼 귓바퀴에서만 맴돌다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방금 들은 숫자도 어느새 하얀 백지가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때문에 숫자에 밝은 사람이 부러운 적이 많았습니다. 아직도 숫자가 백 단위를 넘어가면 일단위에서부터 하나씩 세어야 하는 걸 보면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는데 그걸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던 시간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주문을 외듯 엄격하게 살면서 힘들었던 시간들은 어느 순간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부터 조금씩 편안해졌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합니다. 조각을 찾아 완벽한 모습으로 빨리 구르는 동그라미에게는 벌레도, 꽃도, 나비도 다가갈 수 없듯이 사람도 조금 부족한 모습이 있어야 더 많은 것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내게 부족한 것이 많아야 오히려 그것을 갖춘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모여 나를 성장시킬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내가 갖지 못한 다양한 것들이 채워지니 그것이 더 좋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거기에는 나와 다른 것들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갖춰져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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