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힘을 모은다면
생화학무기 실험실은
평택 어디에도
발붙이지 못할 것

 

 
▲ 임윤경 사무국장
평택평화센터

오우삼 감독의 ‘미션 임파서블2(Mission: Impossible II, 2000)’는 신종 바이러스인 키메라 바이러스와 그 치료제를 탈취하려는 테러리스트의 음모에 맞서 싸우는 주인공의 고군분투를 그리고 있다. 실제 생화학 무기를 소재로 한 영화도 이때 등장한다. 여러 시리즈가 나온 밀라 요보비치 주연의 영화 ‘레지던트 이블(Resident Evil, 2002)’은 치명적인 T-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퍼지면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좀비가 되어 인류 멸망의 위기를 맞는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대박이 났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나 생화학무기, 세균전이라는 내용은 생소하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도 “현실에는 없는 일이야”, “미래에는 실제 일어날 수도 있을까?”, “공상과학영화니까” 쯤으로 나와 무관한 아주 먼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2019년 현재, 치명적 독소균의 공포와 생화학무기 실험은 현실이 됐다.

지난 2015년 전 세계를 충격으로 빠뜨린 ‘살아있는 탄저균 배달 사고’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탄저균 배달사고를 계기로, ‘JUPITER 주피터 프로젝트’라는 명칭으로 평택 K-6 캠프험프리스에서 생화학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여러 차례 언론 보도되며 평택지역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그리고 시민안전을 외치는 민원과 생화학 실험실 폐쇄를 끊임없이 요구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났고 평택 K-6 캠프험프리스에서 위험천만한 생화학 실험이 중단되기는 커녕 오히려 보툴리눔과 포도상구균 톡소이드가 반입돼 실험이 더 학대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경악을 금할 수 없다.

2015년 6월 메르스 사태를 기억한다. 평택에서 최초 확진 환자가 나온 후 500여 명이 넘는 격리자가 나왔고, 그 후 지역경제는 바닥을 쳤다. 학교는 휴교를 했고 거리에는 사람이 없어 유령도시나 다름없었다. 당시 평택시메르스비상대책단이 내놓은 해법은 아주 간단했다. 외출을 삼가고 손을 깨끗이 씻고 마스크를 쓰는 것이었다. 메르스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속수무책이었다. 위협적인 균으로 무기를 만들기 위해 실험을 한다니, 나는 평택 미군기지의 살아있는 탄저균 배달 사고와 메르스 사태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위협적이기 때문에 국제 조약 ‘BWC 생물무기금지협약’으로 화학무기의 개발, 생산, 저장, 취득, 비축을 모두 금지하고 있다. 국내법도 마찬가지다. ‘생화학무기금지법’과 ‘감염볍예방법’에 의해서도 반입·이동 시 사전신고와 허가를 받도록 엄격하게 관리·통제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생화학무기 실험은 국제조약과 국내법을 명백하게 위반한 행위다.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 생명의 존엄성을 지켜내기 위해서 생화학무기 실험은 중단돼야 하며 생화학무기실험실을 즉각 폐쇄해야 한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다행히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고 살아남아 사람들을 온 힘을 다해 구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의 수많은 죽음과 마주하면서 ‘생명의 존엄성을 잃어버린 기분’에 절망한다.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는 일, 나의 생명, 우리의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는 일은 무엇일까.

수많은 사람이 사는 공간에서 생화학무기를 실험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의 생명 존엄성을 무시하는 행위다.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 우리는 크게 분노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무적처럼 싸워나가는 영화 속 주인공보다도 강력한 시민들이 있다. 시민이 힘을 모아 낸다면 생화학무기 실험실은 평택 어디에도 발붙이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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