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식 버전에 대한
회의감이 들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 전진규 전 의원
경기도의회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분담금 인상 요구가 아주 거세다. 올해 3월 나돌던 3조 원 인상설도 과하다 했는데 단번에 현재의 다섯 배인 50억 달러, 원화로 6조 원이라니 상상 밖이다.

이 금액은 우리나라 한 해 국방예산 390억 달러의 12.8%에 달하고, 1200억짜리 스텔스기 F-35A 48대를 살 수 있는 금액이다. 우리나라는 2021년까지 40대의 스텔스기를 사들일 예정인데 해마다 방위비분담금을 50억 달러씩 내게 된다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쉽게 생각하면 그랜저 승용차 12만 5000대를 구매해서 제공하는 금액과 같으니 가히 현대판 조공이 아닐 수 없다.

현재의 방위비분담금은 1991년 주한미군 지위에 관한 협정 SOFA 개정으로 1억 5000만 달러로 책정된 이후 현재 10억 달러까지 인상돼 왔다. 그런데 이 돈이 남아돌아 현재 미사용 분이 1조 3000억에 달한다고 한다. 미국은 이 잉여금으로 이자 수입까지 챙기고 있다.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K-6 캠프험프리스는 지난 1980년대에 필자가 짧지 않은 기간 근무해서 감회가 깊은 곳이다. 이 기지는 용산 미8군과 동두천 미8사단을 비롯한 한수이북 전 미군부대가 통합 이전해 거대한 규모로 변모했다. 1468만㎡(444만평)로 여의도 면적의 5.5배에 달하고, 미군의 해외 단일기지로는 가장 큰 규모다.

용산 미8군 기지 등의 평택 이전 비용 18조 원도 거의 한국이 부담했고, 미국은 1조 원 정도만 부담했을 뿐이다. K-6 캠프험프리스는 미군 2만 8000명을 포함한 가족과 수행원 등 4만 2000명을 수용하는 규모로, 특히 18홀 규모의 골프장과 기지 안에 병력과 물자 수송용 철도까지 건설해 놓아 군사기지로는 완벽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2017년 11월 방한 중 캠프험프리스를 방문한 트럼프 미대통령은 “원더풀”을 외쳤다.

6·25한국전쟁 이후 주한미군은 북한에 대한 방위군 역할을 해왔으나, 2003년 미국이 ‘GPR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계획’을 수립하면서 주한미군을 중국과 중동에서 준동하는 테러 세력들에 대한 본격적인 견제와 대응을 위해 전환해 용산기지와 함께 미2사단의 평택 이전을 결정했던 것이다. 이는 또한 미국 안보의 중심축이 유럽으로부터 동북아시아로 이동하게 되면서 한·미·일 수직형 삼국동맹을 강화하면서 ‘MD 미사일방어체제’를 만들고자 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그 일환으로 ‘THAAD 사드’ 배치를 우리가 떠안은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미국은 대중국 견제망을 구축하면서 사실상 패권 국가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는데 한국을 병참 또는 작전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이처럼 미군의 한국 주둔이 군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에도 방위비분담금을 비즈니스 식으로 다루고 있고, 더 나아가 괌과 오키나와에 있는 공군과 항공모함 등 전략자산 운영비와 훈련비용도 요구하고 있으니 난센스임이 틀림없다. 동맹국에 대한 과도한 비용을 요구하는 행위는 ‘rough nation 러프한 나라’라는 오명을 불러오게 할 것이다. 미국의 고위 예비역 장성들도 반발하며 트럼프를 비판하고 있다. 어느 전직 사령관은 그의 행동에 대해 ‘protection racket 프로텍션 라킷’이라는 어휘를 들어가며 험악하게 비난하고 있다. 이는 술집 등을 보호해주며 돈을 뜯어내는 폭력배의 행위라는 뜻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미군의 해외 주둔은 경제적으로 훨씬 이득이다. 주둔 국가에서 상당 비용을 부담해 주기 때문이다. 2016년 미 의회 상원에서 열린 군사청문회에서 “미군의 한국 주둔이 미국에 주둔시키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드느냐”는 질문에 당시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은 “물론”이라고 답했고, 사프 전 사령관도 “미군의 한국 주둔은 절대 필요하며 미국에 거대한 이익을 준다”고 답변했다.

트럼프 미대통령이 툭하면 미군 철수나 감축을 던지고 있지만 이 문제는 비즈니스 대상이 아니다. 본인도 동북아에서 발현하는 15억 인구 중국의 팽창력 때문에 미군을 빼내어 갈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원자탄 두 방으로 쑥대밭이 됐지만 내색을 못 하고 늘 근저에 앙심을 품고 있는 일본이 한반도의 공백을 틈타 중국과 한패가 되어 신발을 거꾸로 신고 미국을 향해 보복하지 말란 법도 없지 않은가? 트럼프식 버전에 대한 회의감이 들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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