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올해 제4회 평택봉사대상 수상
봉사자의 자세, 책임감이 중요

 

 

“저보다 오랜 기간 더 많은 활동을 해온 분들이 있는 데도 이러한 큰 상을 받게 돼 굉장히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었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해 왔습니다. 체력이 줄어 왕성한 활동은 못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올해 제4회 평택봉사대상 지역사회봉사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이경자 씨는 환갑을 맞이한 해에 뜻깊은 일을 해보고자 봉사를 시작해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활동을 이어왔다고 한다. 절에서 만난 신도들과 봉사모임을 조직해 지속해서 기부하고, 평택남부노인복지관에서도 다양한 봉사를 펼쳐온 그는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만큼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봉사의 시작

강원도 강릉이 고향인 이경자(82) 씨는 지난 1966년 남편을 따라 평택에 정착했다.

“남편이 상수도 대행 사업을 했는데, 당시만 해도 평택에는 상수도 보급률이 20%가 채 안 됐습니다. 그렇게 사업차 이주해 지금까지 거주한 것이죠. 당시 평택에 와 낳은 막내아들이 이제 쉰 살의 중년이 되었습니다”

그는 오랜 기간을 육아와 살림에 집중하며 집 밖 사회에는 환갑이 되고서야 발을 내밀었다.

“60세가 되던 해에 육순잔치를 열기보다는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것이 더욱 보람찰 것이라는 생각에 음식을 만들어 평택역 앞 노숙자분들에게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그분들은 뜻밖의 말을 건네왔죠”

노숙인들은 음식을 건네는 그에게 차라리 돈을 달라고 이야기했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봉사하는 것이 힘들겠다고 판단한 그는 이듬해 비전2동 덕동산자락 명법사에 함께 다니던 신도 20명을 모아 봉사모임을 만들었다.

“‘초록’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한 달에 만 원씩 회비를 모으고 가을에는 김장을, 설 명절에는 떡과 고기를 마련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했습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10명의 회원이 함께하고 있죠”

 

노인복지관과의 인연

이경자 씨는 지난 2004년부터 평택남부노인복지관에서 여러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 한 일은 노인사회활동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한 숲생태 해설이다.

“2017년까지 14년간 숲생태 해설가로 활동했습니다. 지역의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초등학교에 직접 방문해 아이들을 대상으로 숲생태를 교육했죠. 현장이 아닌 교실에서 진행하는 교육이다 보니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손수 나뭇잎이나 솔방울, 열매를 채집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체계적인 교육을 준비하기 위해 늦은 나이에 컴퓨터까지 배웠다. 지금은 곁을 떠나 이천호국원에 안치돼 있는 남편도 그의 열정을 응원했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활동한 그이지만, 나이가 들자 점차 기억력이 흐려지고 체력 또한 약해져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턴가 현장에 나가면 기억이 흐릿해졌습니다. 교육 재료를 채집하는 일도, 직접 현장으로 나가는 일도 힘이 들었죠. 제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경자 씨는 지난해부터 평택남부노인복지관 작은도서관에서 도서를 빌려주고 돌려받는 일을 시작했다.

“책임지고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비교적 활동량이 적은 도서 출납을 시작했죠. 노인들도 책을 많이 읽는 분들은 정기적으로 책을 대출해 가곤 합니다. 한데 책의 종류나 그 수가 아주 적어 아쉽습니다. 독지가들이 노인을 위해 더욱 많은 책을 기부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봉사하는 삶

이경자 씨는 봉사모임 ‘초록’ 회원들과 함께 지속해서 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를 믿고 지금까지 함께한 회원들에게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20년 넘게 활동하면서도 조금이라도 더 기부하는 데 써야 한다며 식사 한 번을 제대로 함께 한 적이 없죠. 그런데도 불만 없이 나눔의 기쁨을 함께해왔습니다”

그는 평택남부노인복지관에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자처해 봉사를 펼쳐왔다. 지금도 수요일이면 복지관 식당에 나가 밥을 먹는 대상을 확인하는 봉사를 하고 있다.

“노인들은 집에만 있으면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기 십상인데, 이렇게 나와서 일하고 봉사하니 남들보다 더 건강하고 밝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고 그를 따라 평택남부노인복지관에 나오기 시작한 이웃도 수두룩하다. 지금은 함께 활동하며 서로 건강과 삶의 희망을 얻어가고 있다고 한다.

뒤늦게 시작한 사회 활동이지만, 누구보다도 꾸준하게 열심히 활동해온 이경자 씨는 100세 시대를 맞이한 우리 사회의 모범사례로 볼 수 있다.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 할 수 있어 감사하다”는 그의 말이 하나의 울림이 돼 곳곳에 전달된다면 좀 더 따듯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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