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세상을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이번 생에는 무리일까

 

   
▲ 공일영 소장
청소년역사문화연구소

펭하!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동물은 펭귄이다. 우주대스타가 되기 위해 남극에서 건너왔다는, EBS를 소속사로 두고 있는 10살짜리 연습생 ‘펭수’가 그 주인공이다. 자유분방하면서도 톡톡 튀는 행동으로, 서슴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펭수는 100만 유튜버가 됐을 뿐만 아니라 서점가와 각종 파생상품 등 캐릭터 시장을 휩쓸고 있다.

펭수의 인기에 힘입어 방송수신료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이 내는 TV수신료 2500원 가운데 EBS는 3%만, 그러니까 75원 정도만 가져가고 있다. 펭수를 통해서 볼 수 있듯이 어린이와 학생들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고 또 학생들을 위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EBS인 만큼 수신료 3%는 너무 적다. “최소한 10%는 돼야 한다”라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오기까지 했다.

펭수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바른생활 사나이 신드롬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BS는 대한민국의 대표 어린이·청소년 교육프로그램을 만든다. 항상 올바른 생활과 태도를 강조하면서 조금은 재미없고 지루해질 수 있는 콘텐츠들이 많았다면 자신의 감정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펭수의 등장은 삶의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하고 있다. 둘째, 국민의 웃음 포인트를 정확하게 공략했다. 조금은 무모할지 모르는 극한 상황에서의 웃음을 만들어내며 성공했던 기존의 프로그램들을 잘 분석해 효과적으로 웃음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셋째, 답답한 마음을 대변하는 사이다 발언들이다. 펭수는 자신의 고용주 격인 EBS 사장에게도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이것은 기성세대들에게 눌려 자신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던 세대들에게 크게 작용했다. 넷째, 덩치 큰 몸에 어울리지 않는 어린이 마음의 순수성이다. 거침없는 말과 행동을 하는 펭수지만,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가지고 있어 남녀노소 적을 만들지 않고 사랑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삶에 지친 기성세대들에게 주는 공감을 통한 위로다. 어찌 보면 꼰대에 맞서 들이대는 젊은 세대를 상징하기도 하는 것 같지만, 결국 그들도 나이를 먹고 꼰대의 자리에 있을 수 있다. 우주대스타가 되고 싶어 무엇이든 하려고 덤비는 도전 정신은 충만하지만 뭐 하나 잘하는 것이 없는, 그러면서도 노력하는 펭수의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세상살이에 지친,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반영하면서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참 힘들다. 세상에서 요구하는 것은 많고, 내가 누구인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하루하루 맞서 싸우는 우리들의 모습이 자이언트 펭귄에 투영돼 나타나는 것일지 모른다.

언론은 경제가 어렵다면서 온갖 부정적 지표만 드러내고, 정치권은 협치를 강조하면서 대화의 장을 만들지 못하고 무조건적인 반대로 국민의 정서는 아랑곳하지 않으며 기득권을 놓치고 싶지 않아 권력 투쟁으로 썩어가고 있다. 그 속에서 상처받는 것은 결국 국민이다.

상호 견제와 비판을 통해 권력의 독점을 막고 국가 발전을 꾀하려 했던 붕당정치가 변질해 자기 당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외척 세력의 정치 개입으로 국가 기강이 해이해지면서 개혁이 실패로 돌아가고 결국 세도가들에 의한 세도정치로 삼정이 문란해지고 망국의 길을 앞당겼던 상황이 오버랩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국민들이 마음 편하게 살고,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러워하며 함께 사는 행복을 경험할 수 있도록 밝은 세상을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이번 생에는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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