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미/창비

 

 

 
▲ 김정 사서
평택시립 안중도서관

청소년. 그 곡절 많고, 울렁거리며, 잔인한 시기에 가장 연관되어 있는 단어는 ‘폭력’이 아닐까. 작든 크든 폭력과 매일 마주하며 살아내는 청소년들에게 언제까지나 밝고 명랑해라 하는 훈계는 빈 메아리일 뿐이다.

꽃처럼 살아라 말하는 청소년 소설 틈바구니 속에서 김중미 작가의 <조커와 나>는 그래서 눈에 띈다. 그들에게 현실감 있는 ‘폭력’이야기라서.

수록된 다섯 편의 작품은 내 외부로 마주치는 폭력에 대응하는 십대들의 감정과 상황을 예민하면서도 무게감 있게 그려냈다. <조커와 나>는 장애와 비장애 나, 그리고 문제학생인 조커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장애가 있는 정우와 우연히 옆자리에 앉아 도우미가 되고, 정우를 최선을 다해 돕는다.

하지만 정우를 진짜 친구로 대하기에는 한발자국 멀리 있게 되어 나의 고민은 더해지고, 문제아 조혁이 정우의 도우미가 된 얼마 후, 정우가 죽는다. 죽음 이후, 조혁과 정우의 관계에 대해 알게 된 나는 조혁을 만나러 간다.

<조커와 나>에서는 장애와 비장애라는 선 안에서 의도하든, 않든 행해지는 폭력적인 시선과 태도에 대해 생각할 점을 던지고, 모범학생과 문제학생의 이분법 안에서 폭력으로 오해된 내면의 인간성까지 들춰보게 한다.

<꿈을 지키는 카메라> 등을 비롯한 단편에서는 폭력에 대응하는 다양한 십대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바위를 치는 계란일지라도 투쟁하는 의지 혹은 복수라는 이름의 용기와 폭력, 나도 모르게 스며져 나온 또 다른 폭력성과 그로 인한 두려움까지.

지금의 청소년들의 모습과 잘 어울리는 현실적 상황은 몰입감이 된다. 인위적인 등장인물이나 과격한 단어 없이도 딱 지금 우리 옆의 십대 청소년스럽다.

오랜 시간 동안 공부방을 운영하며 청소년과 함께한 작가의 시선이 우러난다. 전작 <괭이 부릿말 아이들>을 통해 보여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과 사회의식 또한 작품 안에 녹아져 인상적이다.

<조커와 나>는 폭력에 대한 이야기지만, 책장을 덮을 때 비로소 마음이 훈훈해지면서, 미약하게나마 뜨거운 의지 같은 것이 올라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폭력을 마주할지언정 내면의 용기와 힘으로 마침내 극복할 수 있다고 <조커와 나>는 말한다. 누가 뭐래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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