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통합의 꿈, 민세 사상으로 이뤄내야


사회적 경제 대부, 송경용 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
안재홍 연구 1세대, 정윤재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민세상운영위원회’가 주관하고 평택시와 조선일보가 후원한 ‘제10회 민세상’ 수상자로 사회통합부문에 송경용 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 학술부문에 정윤재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가 선정됐다. <평택시사신문>은 11월 14일 수상자 인터뷰를 통해 혼란한 정국을 헤쳐나가고 있는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미래의 모습을 묻고, 그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 편집자 주 -

 

 

▲ 송경용 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

■ 사회통합부문/송경용 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

“정책·제도·법령 등 의사결정 과정에
사회적 약자 주체적 참여할 수 있어야”

전주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낸 송경용 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은 연세대학교 건축과를 거쳐 성공회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종교인의 길에 들어섰다. 송경용 이사장은 국제사회적경제포럼 GSEF 공동의장과 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 성북구사회적기업육성위원장, 사단법인 나눔과 미래 이사장 등을 역임했으며 청소년 쉼터와 노숙 가정 쉼터, 자활후견기관, 장애인 센터 등 사회적 가치를 나누고 실천하는 다양한 공간과 기구를 설립하고 발전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송경용 이사장은 성공회 신부로서 청년 시절 서울 상계동에서 야학과 빈민 지원 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30여 년간 소외당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해왔으며, 사회적 경제 운동과 협동조합 운동, 빈민 자활 운동의 대부代父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지원을 넘어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제도적 대안을 마련하고자 앞장서는 종교인이자 사회 운동가로 평가받아 제10회 민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송경용 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은 “사회적 경제는 단순한 경제 활동뿐만 아니라 사회 활동도 포괄하는 개념으로 일방적 지원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약자들이 사회적 주체로 당당하게 참여함은 물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자존감을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만드는 중요한 도구이자 수단”이라며, “사회적 경제나 사회복지, 사회혁신은 사회적 약자들이 좀 더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지한다는 점에서 나에게 모두 같은 맥락이다”라고 말했다.
사회통합을 위한 대안에 대해서는 “모든 정책과 법, 제도들은 늘 힘 있는 집단에 의해 결정되곤 한다. 결과만을 통보받는 약자들은 사회구성원으로서 능동성과 주체성을 잃는 것과 다름없다”며, “우리 사회가 어떤 수단을 통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갈지를 결정하는 과정에 약자를 포함한 사회의 많은 이해관계자 등의 목소리가 반영되고 실제 주체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이는 사회통합을 위한 기본적인 원칙이자 전제조건이다”라고 말했다.
바람직한 종교인의 자세에 대해서도 “정치의 일선에서 행동하거나 특정한 이념의 대리자처럼 행동하는 것은 종교인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종교는 개인적, 사회적, 집단 간 문제가 발생했을 때 모두가 내려놓고 함께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하며, 문제를 깊이 성찰할 수 있게 하는 안내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우리가 소위 말하는 사회적 약자들은 자신을 표현할 방법과 수단이 없다. 종교는 전통적으로 사회적 약자들을 대변하는 일을 해왔고 그것은 변하지 않는 종교 본연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송경용 이사장은 “진보와 보수로 분열되고 계층 갈등이 심각한 이 시대에 민세 안재홍 선생의 사상이 다시 재조명됐으면 한다. 안재홍 선생은 이상론에 빠지거나 현실 타협에 빠지기 쉬운 현실에서 좌우를 한 자리에 모아 이념이 아닌 실용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신 유연하면서도 강단 있는 신념의 소유자였다”라며, “양극단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우리 민족의 삶의 방향을 고민한 민세 안재홍 선생을 평택이 가진 하나의 큰 유산으로 생각하고 기리면서 민세 선생의 사상, 정신, 철학을 적극적으로 선양하는 작업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 정윤재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 학술연구부문/정윤재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고대부터 현대까지 정치 이념 꿰뚫은 민세,
 다사리 이념 실천해 통합사회 이뤄야 해”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대학원 석사과정 중 해방 전후 근현대사를 공부하라는 교수의 조언을 들은 정윤재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는 관련 문헌을 모두 조사하던 중 안재홍 선생에 대한 기록이 무수히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를 계기로 민세 안재홍 선생에 매료돼 ‘안재홍의 정치사상’ 연구로 석사, 미국 하와이대학교에서 ‘안재홍의 정치리더십’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정윤재 교수는 안재홍 연구 1세대로 평가받고 있다.

정윤재 교수는 충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한국동양정치사상사학회장, 한국정치학회장을 역임했다. <민세 안재홍 평전>, <다사리 국가론 : 민세 안재홍의 사상과 행동>을 저술했으며 국제적 민족주의론과 다사리국가론, 문화건설론 등 40여 년간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안재홍 선생이 재조명받을 수 있도록 이바지해왔다.

정윤재 교수는 “민세는 일제강점기에 우리 민족은 고대부터 문화와 역사를 공유한 민족이기에 정치적 독립을 해야 하고, 국제적 협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민족의 구성원으로서 역사·문화·언어를 지키고 공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이는 일제가 민족말살정책으로 우리 민족의 문화를 앗아가고, 공산주의자들이 국제주의를 주장할 때 내세웠던 ‘국제적 민족주의’의 정의”라고 말했다.

또한 “민세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정치 이념을 꿰뚫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정치 이념이 곧 ‘다사리’가 되었고, 해방 이후 이를 실현하기 위해 영국의 의회 제도를 수용하자고 주장한 것”이라며, “다사리는 정치 혹은 민주주의를 뜻하는 우리 고유의 단어로, ‘다 말씀하게 하여’, ‘다 살게 하여’라는 두 가지 뜻을 품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윤재 교수는 민세의 이념이 현대정치에 주는 메시지로 “현대 정치인들은 민세의 이념을 두고두고 곱씹어야 한다. 대한민국 정치의 문제점은 보수와 진보가 서로 갈등을 빚고, 국가 발전을 위한 협력의식이 아주 약하다는 것”이라며, “정치권이 각각 권력을 얻기 위해 전술적 차원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역사의 부재라고 볼 수 있으며, 민세의 다사리 정신을 깨닫게 되면 식민사관 극복과 동시에 진보와 보수를 통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민세를 ‘냉전 정치에 의해 가려져 있던 민족의 영웅’이라고 표현하며, “민세는 일본 유학 시절 중국 상해까지 오가며 선배 독립운동가들의 역경을 체감했고, 국내에 돌아와 아홉 번의 옥고를 치르면서도 독립운동을 펼치면서 약속을 지켰다”며, “민세는 일제와 협력할만한 위치에 있었지만, 당당하게 비판하면서 한민족이 나아갈 길을 밝혔다. 이러한 인물이 평택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굉장히 뿌듯하게 생각한다. 기념관이 조성된다면 민세의 정신을 더욱 잘 알려지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는 “다사리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소통’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옛 시골 마을과 같은 대화공동체 형태의 주거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며, “마을은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 모인 하나의 공간을 뜻한다.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대화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는데, 구성원 간 소통이 가능한 아파트 문화를 조성하고 시민운동을 통해 이웃과 인사하며 함께하는 문화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民世 安在鴻
1891~1965

민세 안재홍

   
 

‘민세상’은 평택출신으로 일제강점 하에서 민족운동가·언론인·사학자로 활동하며 민족의식 고취에 힘쓰고 해방 후 통일국가 수립에 노력한 민세 안재홍 선생의 사회통합과 한국학운동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2010년 제정됐다.
민세상 ▲1회 수상자는 송월주 지구촌 공생회 이사장(사회통합)·정옥자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학술연구) ▲2회 수상자는 김지하 시인(사회통합)·조동일 서울대 국문학과 명예교수(학술연구) ▲3회 수상자는 정성헌 한국DMZ 평화생명동산 이사장(사회통합)·한영우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학술연구) ▲4회 수상자는 인명진 목사(사회통합)·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처장(학술연구) ▲5회 수상자는 박상증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사회통합)·김윤식 서울대 국문학과 명예교수(학술연구) ▲6회 수상자는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사회통합)·손세일 청계연구소장(학술연구) ▲7회 수상자는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사회통합)·신용하 서울대학교 명예교수(학술연구) ▲8회 수상자는 김성수 성공회 대주교(사회통합)·진덕규 이화여대 명예교수(학술연구) ▲9회 수상자는 이세중 환경재단 명예이사장(사회통합)·권영민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명예교수(학술연구)가 선정됐다.
제10회 민세상 시상식은 지난 11월 28일 오후 6시 서울YMCA 회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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