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문제로 온 나라가 다시 시끌시끌하다. 지난 해 말 대구 여중생 자살 사건을 계기로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학교폭력 실상이 해가 바뀌면서 더욱 가혹한 사례들이 언론을 통해 속속 세상에 알려지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왕따’ 자살 사건이 드러나고 여학생을 남학생 수십 명이 성 추행을 하는가 하면 일진회의 폭력이 드러나 사람들을 경악케 하고 있다.
학교폭력 근절은 사실 해묵은 과제다. 지난 2004년에도 ‘학교 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이 제정됐고 2005년과 2009년에도 정부가 ‘학교폭력예방종합대책 5개년 계획’을 발표한 바 있지만 정작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학교폭력의 악순환은 정부가 정책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정책을 현장에 맞게 하는데 따른 실천 노력과 의지의 연속성이 없었다는데 있다.
순간순간만 모면하고 보자는 땜질식 여론 달래기로 정책을 제시하다 보니 정작 환부의 본질을 도려내지 못한 것이다. 또한 무능한 학교와 교사들이 학교폭력을 방치해서 키워왔고 한편으로는 가정에서 자식들을 과보호하며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했다는 것도 주요 원인이다. 거기다 폭력 및 음란물이 청소년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되는 사회분위기도 한 몫을 톡톡히 했다.

교육학 이론에서 보면 교육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 것’이다.  즉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다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다만 교육을 통해서 사람 노릇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학교와 교사의 권위가 사라져버린 세상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과거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의 뜻을 모르는 사회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 와중에 진보니 보수니 하는 어른들의 대립으로 학교가 정치적 대결 장소로 치닫는 판이 되었고 일부 교사들이 자신들의 설익은 가치관을 정의와 역사의 이름으로 학생들에게 주입시켜 국가관과 가치관마저 무너지게 하고 말았다.
특히 가장 기본이 되는 인성교육이 없다는 데도 그 원인이 있다. 아무리 학생이라 해도 남에게 고통을 주고 괴롭히면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이 진작부터 있었다면 적어도 오늘 같이 학교현장이 흐트러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학교 교실이 폭력의 공간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는 미래를 망치고 사회를 망치게 하는 것이다.

못내 가슴이 아프고 아쉬운 것은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학생들이 이를 이겨내고 해결하려는 의지가 약하고 상담자가 없었다는 점이다.
이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 이 되어버렸지만 대책으로 관용주의에서 벗어나 가해 학생을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법 적용도 바뀔 모양이다.
문자로 학교폭력을 알리는 운동이라든지 동네공동체가 안전 지킴이에 나선다든지 하는 세부적이고 매우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책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문제는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것이 겁난다는 학부모는 많은데 정작 자신의 아이가 학교폭력을 행사하는 가해 학생이 되는 건 아닌지에 대해 걱정하는 학부모가 거의 없다는 데 있다.

감히 말하지만 학부모가 자녀의 1차적 책임자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그 어떤 좋은 제도가 마련된다 해도 학교폭력은 근절될 수 없다.
1차 교육의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가장 가까이 있는 학부모가 자녀의 문제를 눈치 채지 못하는데 어떻게 많은 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가 학교폭력을 미연에 방지 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학교폭력이 주로 학교 책임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는데 이는 청소년 폭력과 학교폭력을 동일시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현행법을 보면 학교폭력은 ‘학교 내 에서 학생 간에 발생한 폭력’ 으로 정의하고 있다.
단지 학생이라는 신분 때문에 학생이 저지른 폭력은 모두 학교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처럼 오해되고 있다. 학교와 교사가 학교 밖 생활에 대해 전무하다시피 통제권을 갖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청소년 폭력 예방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런 극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과 관련 쏟아져 나오는 원인 분석과 대책을 보면 무언가 개운하지 않다. 정부나 교육기관이 교육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면서도 현장교육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담론은 왠지 모르게 빈곤해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모든 정부 부처 장·차관과 청장 등을 불러 ‘2012합동워크숍’을 개최한 자리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대책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대통령이 모든 부처의 수장을 불러 학교폭력문제를 거론한 것은 유례없는 일로서 그만큼 학교폭력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방증이 아니겠는가.
많은 교사들은 학교폭력의 핵심 대책으로 ‘교사의 적극적 생활지도’를 꼽았다. 교사들 스스로가 ‘아빠, 엄마’ 역할론을 자인 한 것이다.
정부나 해당 기관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사회가 학교폭력 같은 비극의 원인을 남의 일로 돌리고 외면했다간 바로 내 자식이, 내 가족이 범죄피해자나 가해자가 될 수 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학교폭력은 사회 전체가 함께 안고 가야 할 문제라는 전제가 핵심일 것이다.

 


深頌 안호원
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사회학박사(H.D), 교수, 목사
평택종합고등학교 14회 졸업
영등포구예술인총연합회 부이사장
한국 심성 교육개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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