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의 중립성과
결과의 공정성
과정의 정치적 민주성이
필요하다

 

▲ 김범수 연구교수
연세대학교 디지털사회과학센터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국회에서는 제20대 지역구 253석, 비례 47석인 현행 선거구를 조정하려 하고 있다.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를 높이며, 지역구와 비례선거 결과를 연계하는 권역별 준연동제 선거개혁안이다.

공정하고 민주적인 선거구 획정의 한 기준은 인구대표성이다. 2014년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에서 최대 선거구와 최소 선거구 인구의 차이가 2대 1을 넘지 않도록 판결했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국민 1인의 표의 가치가 동등해야한다는 국민주권주의에 근거했다. 또한, 국회가 국민의 ‘microcosmos 소우주’가 되도록 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대의 민주주의에 근거했다.

평등선거의 원리인 1인 1표, 1인 가치의 원리를 담고 있는 선거구 획정에서의 인구대표성은 지향해야 할 목표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주민 삶과 공동체는 평등원리에 쉽게 일치되지 않는다. 인구평등성을 위해 지역 공동체를 분할할 수 있다는 입장이 인구대표성 중심의 선거구 획정이고, 인구평등을 고려해야 하지만, 지역 공동체의 통합을 원칙으로 하는 입장이 지역대표성 중심의 선거구 획정이다. 우리나라는 지역대표성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인구대표성에 의한 지역공동체의 분할을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선거구 획정에 관해서 정치적 갈등과 법적 분쟁이 발생한다. 인구 대표성이라는 이상과 지역 공동체라는 현실을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을까? 이것이 공정하고 민주적인 선거구 획정을 위해 국회의원, 시민 모두가 풀어야 할 정치적 과제이다.

공정하고 민주적인 선거구 획정을 위해 세 가지를 제안한다. 선거구 획정 방법의 중립성, 획정 결과의 공정성, 그리고 획정 과정의 정치적 민주성이다. 첫째, 선거구 획정 방법의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첫 단계는 선거구 획정 혹은 조정하는 의제와 관련해, 이를 추진하는 주체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공정한 선거구 획정을 추진하기 위한 추진위원회의 구성방안은 정당 대표자들이 주도하는 안, 제3의 세력인 연구자들과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안, 그리고 정당 대표자들과 제3세력이 함께 참여하는 안이 가능하다. 선거구획정추진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는 지역 정치행위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둘째, 선거구 획정의 공정성은 결과를 통해서 확인돼야 한다. 즉, 선거구획정추진위원회의 제안이 과학적 자료 조사와 데이터에 기반한 합리성을 갖춰야 할 것이다. 선거구별 인구 통계, 선거구 크기와 지리적 연계성, 그리고 주민여론조사에 근거한 지역 공동체성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선거구가 공정하게 획정될 경우, 선거 경쟁이 활성화될 수 있다. 공정한 선거구 획정은 선거 경쟁과 정책 경쟁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셋째, 민주주의는 다수 의결이면서 동시에 함께 내린 결정에 대한 승복을 필요로 한다. 민주주의 게임의 규칙에 대한 존중과 결과의 승복이 민주주의 정치를 유지하는 기초이다. 선거에서 낙선한 경우, 틀을 깨려 하기보다는, 게임의 규칙을 존중하고 다음 경쟁과 승리를 준비하려는 정치문화가 곧, 민주정치의 역량이다. 선거구 획정은 민감한 정치적 사안이다. 물론 과학적 데이터를 기초로 하지만, 지역대표성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은 정치적 타협과 민주적 이해가 필요하다. 즉, 선거구 획정이라는 의제에 대해 참여자들이 공동체의 통합과 미래를 위해 타협했는가, 특히 다수자와 소수자들이 타협했는가가 중요한 민주적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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