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 안재홍 선생의
좌우명 한 가지, 한 가지를
곱씹어 보며
새해를 맞이하자

 

▲ 김인국 센터장
평택SOFA국민지원센터

어느새 한 해 끝자락으로 며칠이 지나면 새해다. 늘 연말이면 한 해를 돌아보며 반성을 하고, 또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가짐을 추스르게 된다. 한 해 잘 살았다는 생각보다는 더 잘 살았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기에 새해가 주는 새로운 단락은 기대감 못지않게 부담감으로도 다가온다.

해가 바뀐다고, 우리들의 순박한 바람대로 차원을 달리하는 발전과 진보를 가져올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발전과 진보를 끌어 내는 것은 바람보다는 실천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실천을 견인하는 데 도움 되는 것이 좌우명이다. 좌우명이야말로 시류가 아닌 우리가 살아가고자 하는 원칙 있는 삶으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무언가 심기일전해 새해를 살아갈 마음가짐을 추스르던 중 마침 황우갑 박사가 최근 출간한 <성인 교육자 민세 안재홍>이라는 책 속에서 선생의 치열한 삶이 응축된 좌우명을 만날 수 있었다. 민세 안재홍 선생은 평택이 낳은 거목으로 일제강점기 9차례에 걸쳐 옥고를 치른 항일독립운동가이자, 언론인이며, 역사학자, 언어학자, 성인교육자로, 미군정 시절엔 민정장관을 역임하고 평택에서 국회의원이 된 정치가다. 다 같이 말하고 다 같이 잘사는 세상을 의미하는 ‘다사리’ 정신 주창자, 이념적 극단을 경계했던 국제적 민족주의자, 온정적 합리주의자 등 그를 수식하는 호칭은 다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한국전쟁 중 납북되지만 않았더라면, 정말 전후 한국 정치에 있어 큰 족적을 남겼을 큰 인물이다. 선생이 45세인 1936년 <조광>이란 문예지 4월호에 소개한 것인 데,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크게 도움이 될 가르침이라 확신한다.

“첫째, 인생의 태도로서 힘껏, 마음껏, 재주껏 살기, 둘째, 모든 일을 스스로 하기, 즉 오늘 일은 오늘에 나의 일은 내가, 셋째, 독서의 태도로 일생을 일하고 일생을 읽으라, 넷째, 생명, 시간 및 물자에 대한 다짐으로 쓸데 있는 것을 쓸데없이 버리지 않기, 다섯째, 인생의 집착에서 벗어나 사후 백 년에 가서 돌이켜 자기를 바라보라, 여섯째, 남을 깎아 내리지 않기, 일곱째, 첫 장담의 반만이라도 실천하기, 여덟째, 어떤 일을 하던 중심에 들거나 아니면 그만두기, 아홉째, 학습의 태도로 일기一術 , 일가一家, 일업一業을 이루기, 열 번째, 각자의 길을 존중하며 한 목표를 향해 가기 위한 각 길로서 한 곳에, 열한 번째, 타인과 더불어 일하기 위한 혼자는 영웅 노릇 못한다“(<성인 교육자 민세 안재홍> 176~177p)

선생의 좌우명은 상대적으로 길긴 하지만, 보편적이며 실질적인 행동지표를 담고 있다. 또 이 좌우명이 비망록에서 발견된 것이 아니라 문예지에 실린 점으로 보아, 누구에게나 인생 지침이 되었으면 하는 선생의 바람이 담긴 것이라 판단된다.

필자도 살아오면서 여러 좌우명도 가져보고, 또 자기사명선언서도 작성해 보곤 했다. 많은 경우 작심삼일 된 좌우명도 부지기수이다. 그런데도 현재까지 마음과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이 몇 가지 있다면, 굴복이 아닌 극복의 삶, 저주가 아닌 축복하는 이른바 ‘저축’ 인생, 그리고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는 삶 등등이다. 좌우명을 실천하기가 녹록지는 않지만, 그래도 인생 좌우명이 있었기에 힘든 시기를 만났어도 잘 견뎌낼 수 있었다는 생각이다.

새해 첫날을 맞이하기 전 남은 연말을 이용해 나부터 선생 방식을 차용해 좌우명을 정리하고 싶다. 비망록 이곳저곳에 산재해 있는 정돈되지 않은 삶의 원칙들을 수집해 바로 나 자신의 좌우명을 만들고자 한다. 그렇게 표준 좌우명을 만들어 놓고 매년 연말에 수정·보완을 해나간다면, 완성도 높은 좌우명도 보유하고, 또 좀 더 규모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갑자기 하직하더라도 평소 좌우명이 후대에 길잡이가 될 터이니 그나마 다행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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