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 5월 15일

하교길 힘 모아 개천에 다리 가설
군수가 뒤늦게 이 사실 알고 표창


 

 

 

 

“보기드믄 어린이들의 미담(美談)이 있다. 경기도 진위군 서정리공립보통학교(京畿道 振威郡 西井里公立普通學校)의 ▲第一學年生 盧載鴻, 同 嚴翼浩 ▲第二學年生  全月鳳 ▲第三學年生 盧哲憲 盧載悳의 다섯 어린이는 지난 십오일 오후 네 시경에 학교가 파하여 집에 돌아가는 길에 일반의 교통을 편리하게 하기 위하여 서로의 힘을 모아 촌락(村落) 한 가운데에 있는 개천에 길이가 다섯 자, 넓이가 네 자 가량이나 되는 다리(橋梁)를 가설하고 시침을 떼이고 있던 것이 최근에 이르러 판명되었으므로 이 소문을 들은 진위군수(振威郡守)는 그들의 미행(美行)을 표창(表彰)키 위하여 근근 표창식을 지정하고 미려한 상품을 증여하기로 하였다.”(『매일신보』 1930년 6월 2일)

미행美行이나 미덕美德은 ‘도덕적으로 바르고 아름다운 일이나 행위’를 일컫는다. 때문에 이를 적극 알리기도 하고 때로는 표창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런데 이러한 미덕은 상을 바라고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를 드러내기 보다는 숨기거나 알려지지 않기를 원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우리는 미덕이나 미행을 더 칭찬하고 감동을 받는다. 어른보다 어린이들이 이와 같은 행위를 했을 때 더 감동을 받는다. 1930년 5월 15일, 서정리공립보통학교(현 서정리초등학교) 학생들의 미덕이 평택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서정리공립보통학교에 재학 중인 1학년생 노재홍과 엄익호, 2학년생 전월봉, 3학년생 노철헌과 노재덕 등 5명은 어린이날이 10여 일 지난 5월 15일 4시경, 학교 수업을 마치고 같이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서로 왁자지껄 떠들며 길을 가던 중 마을 한 가운데를 흐르는 개천을 건너야만 했다. 평소에도 개천을 건너는데 불편한 것을 느꼈던 이들 5명은 다리를 만들기로 하였다. 주변에 있는 돌과 나무 등을 이용하여 길이가 5자, 넓이가 4자 정도 되는 임시 다리를 만들었다. 이 임시 가교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건널 수 있을 정도로 교통의 편리함을 주었다.

임시 교량을 건너다니던 주민들은 누가 만들었을까 궁금하던 차, 그 연유를 확인한 결과 다섯 명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만들었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학생들이야 이를 자랑하지는 않은 듯하다. 왜냐하면 다리를 놓은 지 10여 일이 지나서야 그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이러한 선행의 소문을 들은 당시 진위군수 이원보李源甫는 다섯 명의 학생들에게 표창을 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푸짐한 상품을 선물로 전달하였다. 비록 어린이들이었지만, 이들이 행한 미덕은 암울했던 식민지 시기 평택주민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푸근하게 하지 않았을까 한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