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위기 내세운 일방적 복직연기 통보, 갈등 증폭
개인적 동의 없이 10년 고통에 또 권력 횡포 자행


 

 

 

10년 동안의 복직 투쟁 끝에 지난 7월 1일 재입사한 후 2020년 1월 2일까지 무급휴직 중이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47명이 경영상의 이유를 내세운 사측의 일방적 통보로 복직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쌍용자동차 사측과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은 이들 47명에게 매달 통상임금 70%를 지급하는 대신 휴직 기간을 연장하자는데 합의하고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12월 24일 이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에 일방적으로 전달했다. 휴직 기간은 이들이 입사하기로 예정된 하루 전날인 1월 1일부터이며 휴직 종료일은 “라인 운영 상황에 따라 추후 노사 합의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번 일은 지역 사회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안기고 있다. 쌍용자동차 측은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한동안 노·사 합의를 통해 상여금이나 성과급 반납이나 인건비 절감 등 고강도 쇄신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혀 왔지만 노·사가 함께 회사의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따뜻한 이미지로 지역 사회의 응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사측이 제시한 것은 사실상 무기한 연장으로 사회적 합의가 10년을 기다린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또 한 번 깨졌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다.

이 일이 불거진 이후 SNS 사회관계망에는 관계자들의 이야기가 속속 올라오는 상황이다. 이들보다 먼저 복직한 김 모 씨는 복직날짜를 세어 기록해 놓은 달력을 공개하며 “한 동지는 집까지 다 팔고 동생네 집에서 온 가족이 얹혀살고 있고, 또 한 동지는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회사 앞으로 이사까지 했는데 성탄 이브에 이런 날벼락을 맞을 줄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지난해 4주체들이 모여 노·노·사·정 합의를 힘겹게 이끌어냈고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았다. 당장 노·노·사·정 합의를 이행하라”고 성토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은 “회사 위기는 전체적인 인력 상황과 함께 고민하고 풀어갈 문제”라며, “지난 10년간 고통 속에서도 한 가닥 희망을 가지고 내년 1월 2일 부서 배치만을 기다린 사람들을 따로 분리해 이렇게 하는 건 정말 잔인한 폭력”이라고 성토했다.

무기한 휴직 연장을 사측과 합의한 쌍용자동차노동조합은 12월 27일 공식 입장을 내고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쌍용자동차는 또 다시 벼랑 끝에 서 있다”며, “노동조합은 당당한 경영의 한 축이기에 이대로 수수방관할 경우 회사 상황이 최악으로 갈 수도 있다고 판단하여 법정관리, 파산만은 막아보고자 비장한 각오로 자구안 협의에 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무기한 휴직 통보는 10년 동안 기다린 노동자들에게 너무 잔인한 결정인 만큼 이들을 복귀시킨 뒤 노동 시간을 줄인다든가, 일부 인원이라도 먼저 업무에 배치한 뒤 남은 인원에 대한 복귀 논의를 약속하는 등의 방안을 쌍용차가 먼저 제시했어야 했다”며, “이번처럼 당사자들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합의했던 약속이 한번 어긋나기 시작하면 갈등은 계속 증폭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은우 평택시민재단 이사장은 SNS 사회관계망을 통해 “회사 경영이 어렵다는 핑계로 다른 노력이나 과정도 없이 가장 편리한 수단으로 복직 대기 노동자들의 삶과 희망을 짓밟은 회사나 기업노조의 방식은 사회적 동의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2018년 쌍용차 노·노·사와 경사노위는 ‘해고자 119명 전원 복직 합의’에 따라, 정년을 맞은 1명을 포함한 47명에게 올해 7월 재입사하고 올해 말까지 무급휴직을 한 뒤 2020년 초 부서 배치를 받도록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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