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마음을 나누던 재래시장의 ‘덤’

해마다 명절이 되면 어린 시절의 고향이 그리워지는 건 인지상정인 모양이다. 엄마는 명절 일주일쯤 전이면 항상 쌀을 튀겨 조총에 버무린 뒤 넓적한 판에 꾹꾹 눌러 담아 어느 정도 굳으면 자를 대고 쓱쓱 잘라 커다란 비닐봉지에 담아서는 다락 한구석에 올려놓곤 했다. 그걸 훔쳐 먹다 엄마한테 맞은 적도 있지만 그 과자의 환상적인 달콤함은 지금 생각해도 잊을 수 없는 어린 시절의 아찔함 같은 것이었다.
30여년 가까이 과일 장사를 해온 엄마는 명절이면 봉투에 과일 몇 개씩을 평소보다 더 많이 덤으로 얹어주곤 했다. 손님들도 당당하게 덤으로 몇 개씩을 더 담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아예 그 자리에서 과일을 입에 넣고 무작정 한입 베어 물거나 옆에 따라나선 아이들에게도 하나씩 들려주기 일쑤였다. 엄마는 알면서도 한 번도 그런 걸로 뭐라 하지 않았고 그저 당연한 듯이 명절 잘 쇠고 또 오시라는 인사를 했다. 그건 그냥 물건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정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린 눈으로 지켜보던 그 모습은 우리 물건을 빼앗긴 것 같아 못내 아쉽기도 했었지만 어른이 된 후 명절 때마다 가게 되는 요즘의 재래시장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 더 아쉽기만 했다.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일이 힘들어진 삭막한 세상이 되어서일까, 아니면 나이 한 살 더 먹었기 때문일까. 명절을 앞둔 요즘, 그렇게 ‘덤’으로 주고받았던 마음들이 더욱 그리운 풍경이 되어 헛헛하고 아련하게 떠오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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