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속담에 ‘노인 한 사람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노인이라는 말에는 단순히 인간이 늙는다는 시간적 의미만이 아니라 한 인간이 오랜 시간을 지나오는 동안 갖게 되는 수많은 경험과 지혜, 지식, 역사가 함께 담겨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 의미대로라면 노인은 어떤 책과도 바꿀 수 없는 살아있는 박물관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박물관이라고 하면 어떤 규모의 건축물 안에 여러 지역에서 출토한 유물들을 전시해 놓은 것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 유물들 옆에는 유물이 출토된 지역이나 그 지역의 역사, 유래 등이 적혀있고, 관객들은 그곳에 써 놓은 것을 읽으면서 그 유물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게 됩니다.

그러나 요즘은 이처럼 유물을 한 장소에 가두고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유물이 있는 장소 자체를 박물관으로 만드는, 일명 ‘지붕 없는 박물관’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이 ‘지붕 없는 박물관’은 다른 말로 ‘에코뮤지엄’이라고 합니다. 생태나 주거환경을 뜻하는 ‘에코’에 박물관을 뜻하는 ‘뮤지엄’을 결합한 단어이지요. 즉 유물이 있는 장소 전체를 박물관으로 만들어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직접 유물이 있는 환경으로 들어가 문화유산을 체감하면서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그것을 지키기 위한 공동의 주체가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에코뮤지엄의 대상은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환경이 될 수도 있고, 마을이 될 수도 있고, 지역 전체가 될 수도 있습니다. 길이 될 수도 있고, 그곳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도 에코뮤지엄이 될 수 있겠지요. 다만 중요한 것은 기존 박물관처럼 관람객이 그곳을 찾아와 함께 공동주체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니 과연 어떤 것을 에코뮤지엄으로 해야 관람객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조금 더 고민해야 합니다. 되도록 많은 사람이 찾아와 함께 우리 지역의 문화유산을 누리고 그것을 오래 지켜가기 위해 함께 고민한다면 그것이 바로 에코뮤지엄의 성공이라 할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에코뮤지엄은 지역의 자랑스러운 것만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모든 역사는 승리와 패배의 역사가 공존하고 있고 그것을 딛고 일어선 과정도 우리의 역사이니까요. 그것이 아픈 역사이든 자랑할 만한 역사이든 우리의 삶과 더불어 오래 기억해야 한다면 에코뮤지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안산시가 추진하는 에코뮤지엄에는 어린 소년들을 가둬두고 혹독하게 대했던 ‘선감학원’이 포함되어 있고, 전투기 포격지였던 화성시 매향리는 그것을 기억하는 ‘매향리스튜디오’를 만들어 주민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아픈 역사를 기억하면서 우리의 삶을 돌아볼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경기문화재단은 에코뮤지엄에 경기만 일대를 포함해 ‘경기만에코뮤지엄’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화성시, 안산시, 시흥시에서 추진했고, 올해부터는 평택시와 김포시에 에코뮤지엄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합니다. 전문가의 연구와 지역주민의 실행, 예술가 참여 등 민·관이 함께 하는 ‘평택에코뮤지엄’, 우리의 역사 인식과 철학, 인문학을 바탕으로 한다면 우리 평택에도 멋진 ‘지붕 없는 박물관’이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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