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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의 세상돋보기 - 정치는 희망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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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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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스스로
기득권 정치를
과감하게 포기하도록
해야 한다

 

   
▲ 김기홍 위원장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요순시대. 중국에서 가장 이상적인 정치로 언급되는 단어로, 요임금과 순임금이 다스리는 시대를 태평성대로 일컫는 관용적인 표현이다. <18사략>의 ‘제요편’과 <사기>의 ‘오제본기편’에 의하면, 천하의 성군으로 꼽히는 요임금이 천하를 통치한 지 50년이 지난 어느 날, 자신의 통치에 대한 백성들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평복으로 거리에 나섰다. 그곳에는 머리가 하얀 한 노인이 손으로 ‘배를 두드리고 발로 땅을 구르며(고복격양)’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노래 내용은 <악부시집>의 ‘격양가’에 다음과 같이 전한다.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네 / 밭을 갈아 먹고 우물을 파서 마시니 / 임금님의 힘이 나에게 무슨 소용인가”

백발노인의 고복격양에 요임금은 정말 기뻤다. 백성들이 아무 불만 없이 배를 두드리고 발을 구르며 흥겨워하고, 정치의 힘 따위는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으니 그야말로 정치가 잘 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했다. 이 노래의 내용은 요임금이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정치였다. 다시 말해서 요임금은 백성들이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스스로 일하고 먹고 쉬는, 이른바 인위적으로 노력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정치를 바랐던 것이다. ‘요 임금의 덕택이다’, ‘좋은 정치다’라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보다, 그 노인처럼 백성이 정치의 힘을 의식하지 않고 즐겁게 살 수 있게 되는 것이 이상적인 정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요임금은 자신이 지금 정치를 잘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시간이 흘러 요임금이 기산영수에 살고 있던 허유에게 자신의 뒤를 이어 임금이 되어 달라고 부탁하자 허유는 이 아름다운 기산영수를 떠나 내가 왜 정치를 하느냐고 거절했고 재차 요임금이 부탁하자 더러운 이야기를 들었다며 냇물에 귀를 씻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소부라는 사람은 영수에 말의 목을 축이러 왔다가 차마 더럽혀진 물을 말에게 먹일 수 없다고 그냥 돌아갔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정치의 힘을 느끼지 않아도 잘 살 수 있었던 세상. 어찌 보면 그러한 정치의 힘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정치인들이 세심하게 배려하고 누구보다도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또한 그만큼 권력이 어느 한쪽에만 집중되지 않고 서로 누릴 수 있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승자독식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었기 때문에 요순시대도, 허유와 소부의 이야기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우리의 정치 현실은 어떠한가? 승자독식의 정치체제는 변함이 없다. 이러한 상황 속에 ‘동물 국회’, ‘식물 국회’는 여전할 수밖에 없다. 정권을 잡는 정당만이 권력을 독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 명분 없는 정쟁이 판을 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정치 환경 아래에서는 대화와 타협, 갈등 중재, 분쟁의 해결, 미래 대안 제시 등의 정치가 해야 할 본연의 기능을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정치가 걸림돌이 되기까지 한다.

그렇기에 다양한 정치세력이 등장해 권력을 나누고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 수를 늘리거나 소선거구에서 중대선거구로 변경하는 것도 기득권 정치 세력이 있는 한 쉽지 않은 일이다. 국회의원 의정비도 우리나라 노동자 평균 월급만 지급하고, 9명이나 되는 보좌관과 비서도 대폭 줄여야 한다. 그만큼 줄어드는 의정비로 국회의원 수를 늘려 특권을 대폭 낮춰야 한다. 그래야 소명 의식을 갖고 밤새 국회도서관에서 연구하고 입법 활동을 하는 그런 의원들을 우리 곁에 둘 수 있게 된다.

우리에게 정치가 희망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기성 정치권력에 대해 기득권 정치를 과감하게 포기하게 해야 한다. 박근혜 퇴진이 촛불의 시작이었다면, 학벌과 재벌로 이어지는 권력층의 견고한 ‘스카이 캐슬’인 승자독식 체제를 바꾸는 것에서 촛불은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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