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규택·조운아/휴머니스트

 

▲ 홍예지 사서
평택시립 장당도서관

신나고 재미있는 국어 수업을 만들기 위해 20년 넘게 애써온 선생님들이 있다. 바로 ‘전국 국어 교사 모임’의 선생님들이다. 학생들과 매일 만나는 국어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눈높이를 가장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선생님들이 모임을 시작한 1990년도에는 학생들이 읽고 공감할 만한 책들이 많지 않았다. 제자들에게 좋은 글을 읽게 해주고 싶었던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글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 속으로 한 걸음 나아가기를 바라며 ‘국어 시간에 읽기’ 시리즈를 직접 펴냈다.

대중가요는 소위 유행하는 노래이고 대부분 일정 기간 듣다가 대체된다. 그러나 한때를 수놓았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았다는 방증이다. 노랫말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현실을 여실히 투영하는 한 대목 한 대목에 깊이 공감할 수 있다. 책에 소개된 ‘엄마가 딸에게’(노래/작사 양희은)의 노랫말이다. 선생님은 노랫말을 소개하며 ‘이해’의 화두를 던진다.

“난 잠시 눈을 붙인 줄만 알았는데/ 벌써 늙어 있었고/ 넌 항상 어린아이일 줄만 알았는데/ 벌써 어른이 다 되었고/ 난 삶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기에/ 너에게 해줄 말이 없지만/ 네가 좀 더 행복해지를 원하는 마음에 내 가슴속을 뒤져 할 말을 찾지

공부해라····아냐 그건 너무 교과서야/ 성실해라····나도 그러지 못했잖아/ 사랑해라····아냐 그건 너무 어려워/ 너의 삶을 살아라!”

“난 한참 세상 살았는줄만 알았는데/ 아직 열다섯이고/ 난 항상 예쁜 딸로 머물고 싶었지만/ 이미 미운털이 박혔고/ 난 삶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기에/ 알고픈 일든 정말 많지만/ 엄만 또 늘 같은 말만 되풀이하며/ 내 마음의 문을 더 굳게 닫지

공부해라····그게 중요한 건 나도 알아/ 성실해라····나도 애쓰고 있잖아요/ 사랑해라····더는 상처받고 싶지 않아/ 나의 삶을 살게 해 줘!”

이 책은 시와 케이팝을 접목한 국어 수업을 해온 국어 교사와 현대시를 전공한 교수이자 문학평론가가 함께 엮은 청소년을 위한 노랫말 선집이다. 청소년의 삶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되는 내용을 담은 좋은 노랫말을 가려 뽑고, 그것들을 다시 주제별로 나누어 엮었다. 희로애락의 감정을 담은 노랫말에서부터 이웃과 사회의 모습을 다룬 노랫말, 그리고 환경이나 정치·경제적인 문제를 비판하는 노랫말 등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노랫말은 한 편의 시가 되기도 하고, 한 편의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시나 소설이나 수필 같은 문학 작품 못지않게 읽을거리로서의 가치가 있다. 또 전하려는 내용을 청소년들에게 친숙한 어법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가르치고 배우지 않아도 된다. 함께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풀어내다 보면 자연스레 공부가 되고 소통이 된다.

국어에 흥미를 느끼고픈 학생들과 아름다운 노랫말을 글로 만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