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허블

 

   
▲ 박수정 사서
평택시립오성도서관

90년대 중반, 2020년을 상상하며 그린 공상과학 그림은 바다와 하늘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자동차가 등장하곤 했다. 어린 시절 그리던 그림처럼 2020년은 아주 먼 미래이자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만 같았다. 멀기만 했던 그날이 오늘로 다가온 2020년, <관내분실> 속 이야기는 마치 그 시절 상상했던 2020년의 모습처럼 흥미를 자극했다.

주인공 지민이 살아가는 시대의 도서관은 현재의 개념과 사뭇 다르다. 책장 대신 마인드(영혼 데이터) 접속기가 자리하고 있으며 책을 읽기 위한 공간에서 추모를 위한 공간으로 변화했다. 저장된 데이터를 통해 죽은 자를 살아있는 존재처럼 마주하다 보니 추모의 개념 역시 변화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주인공 지민은 어린 시절 엄마와의 불안전한 관계로 엄마와의 인연이 끊긴 지 오래, 결혼생활을 하던 어느 날 임신을 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엄마가 죽은 후 3년 만에 도서관에 방문했으나 엄마의 마인드는 인덱스 내역 없음으로 ‘관내 분실’ 상태임을 알게 된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지민은 마인드를 찾기 위해 엄마의 흔적을 뒤지기 시작한다. 엄마 ‘김은하’의 마인드를 찾기 위해선 그녀만의 특징을 찾아낼 만한 무언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녀를 특정 짓는 물건은 보이지 않는다. 온통 지민과 남동생 유민 등 타인에 관한 물건뿐이다. 엄마가 아닌 ‘김은하’는 어디에 있는 걸까?

아빠 현욱의 집을 찾아간 지민은 책장에 꽂힌 책에서 ‘표지디자인, 김은하’라는 엄마의 이름을 발견한다. 엄마가 되기 전 ‘은하’로 살 때의 이야기가 그곳에 있었다. 스무 살 은하는 지민을 임신하면서 우선순위 퇴직을 하게 된다. 출산과 육아는 은하의 삶이 아닌 엄마의 삶을 살게 했고, 재발한 양극성 장애와 출산 후 겪게 된 산후 우울증은 때론 지민에게, 때론 현욱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많은 상처를 남긴다.

은하를 이해할 수 없었던 어린 지민은 ‘누가 엄마더러 자기 인생을 포기하랬어?’라고 외친다. 그러나 은하의 인덱스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리고 곧 엄마가 되는 자신의 현재와 오버랩 되며 그녀의 삶을 한 겹 이해하게 된다. 되찾은 김은하의 마인드, 그리고 김은하로 가득 채워진 마인드 속 그녀와 지민은 이제야 서로를 마주한다.

SF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한 <관내 분실>은 묵직한 잔상을 남겨 두세 번 다시 읽게 되는 단편이었다. 영혼 저장소인 ‘마인드’를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미래 시대에도 임신이라는 이유로 직장 내 프로젝트 담당을 배제당한다. 단편적으로 대표되는 사례를 여성의 임신으로 소설에서 표현했지만 그 이면에는 개개인, 성별, 세대의 역할에 대한 넘지 못한 벽이 미래에도 남아 있을 수 있음을 암시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현재 다양한 역할 변화와 기술의 발전/변화의 속도가 서로 다름을 알고 있다. 또한 그 속도를 비슷하게 맞추기 힘듦도 알고 있다. 미래로 나아갈수록 그 격차는 거듭제곱과 같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러한 변화와 정체에 대해, 그리고 현재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주는 단편소설 <관내 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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