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정치적 민주화뿐 아니라
문화적 민주화도 필요하다

 

▲ 김해규 소장
평택인문연구소

평택시는 성장하는 도시다. 도시의 규모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도 두드러진다. 도시가 발전함에 따라 문화와 예술에 대한 욕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평택시는 고덕국제신도시에 1500석 규모의 ‘문화예술의전당’과 중앙도서관, 공립박물관을 건립하고 대도시에서만 접할 수 있는 질 높은 문화예술 공연과 전시를 유치하겠다는 방안을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다. 평택시의 복안은 대단히 환영할 만하다. 질 높은 문화예술은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캠퍼스를 중심으로 하는 대도시의 중산층 유입을 원활히 할 수 있고 지역문화예술의 질적 성장에도 기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함께 병행해야 할 것은 풀뿌리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배려와 투자다.

풀뿌리문화예술은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대중의 자발적이고 자생적인 문화예술 활동이고, 다른 하나는 전통문화예술의 계승과 발전이며, 소외계층 지원활동이다. 중소규모 지방자치단체가 다 그렇듯 평택시의 자생적인 문화예술 지원활동은 도시 규모에 비해 질적, 양적으로 미약하다. 철학을 갖고 적절한 곳에 지원하는 것 같지도 않다. 그것은 시민의 자생적 문화예술 능력의 부족에도 기인하지만, 한편으로는 문화예술 공간의 부족과 지원의 미흡도 한 몫 한다. 근래 젊은 층의 핫플레이스가 된 소사벌상업지구와 평택동 새시장골목만 봐도 그렇다. 거리는 화려하고 유흥을 즐기는 젊은이들은 넘치지만, 어느 곳을 둘러봐도 문화·예술을 즐길만한 공간은 없다. 지역에서 풀뿌리문화예술인들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찾아보기 어렵다.

전라북도 완주문화재단은 2018년부터 풀뿌리문화 확산을 위한 ‘마을路, 예술路’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 사업은 일상적 공간이 문화예술적 공간이 되고 누구나 생활문화의 생산자이자 향유자라는 생각을 기저에 두고 있다. 경상남도 창원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2019 풀뿌리 생활문화예술학교’를 열어 마을별 문화예술 강사를 파견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경기도 부천시는 소규모 복합문화공간 ‘재미있다 극장’을 운영 중이다.  시흥시는 ‘2020년 문화예술분야 고유사업 발굴 및 지원 공모사업’을 실시한다. 이 사업은 문화예술단체 지원사업뿐 아니라 문화예술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생활문화예술동아리를 지원, 전통전승과 고유문화육성 사업을 시가 지원하는 방안이다.

이처럼 각 지방자치단체는 앞 다퉈 풀뿌리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평택시는 신장동과 안정리 기지촌을 다문화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 같은 복안은 평택시의 지역적 특성으로 볼 때 필요한 사업이다. 하지만 평택시에는 미군기지와 기지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미래를 내다볼 때 일반시민의 자유롭고 창의적이며 고유성을 갖춘 풀뿌리문화예술 발전이 더 절박한 상황이다. 평택시는 그것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지원하는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 시민은 자신이 문화예술의 생산과 향유의 주체임을 깨닫고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어 공연하고 즐겨야 한다. 구도심을 문화예술 창작 또는 공연공간으로 탈바꿈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풀뿌리문화예술이 발전해야 지역문화가 튼튼해진다. 풀뿌리문화예술은 지역문화예술의 자생력을 키우고 문화의 다양성을 고양시킨다. 내부적으로는 고급문화 발전의 토대가 마련된다. 문화소외계층도 문화·예술의 생산과 향유의 주체로 거듭나게 할 수 있다. 고유의 문화예술 전승과 발전도 가능해진다. 민주주의는 정치적 민주화뿐 아니라 문화적 민주화도 필요하다. 평택시가 문화 수준이 높은 질 높은 도시로 발전하려면 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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