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평택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틀 새 확진환자 2명이 추가로 발생했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환자가 다녀간 곳은 이미 문을 닫아 걸었고, 거리는 한산하기만 합니다. 지난번 메르스가 평택을 휩쓸 때만 해도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눈에 띌 정도였는데, 이제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오히려 눈에 띌 정도로 감염병에 대한 평택시민의 인식도 그만큼 커졌습니다.
예전 메르스가 평택을 휩쓸고 지나간 후 당시를 되돌아보면서 느꼈던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희생하고 봉사했던 많은 ‘영웅들’이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두가 자신의 안위를 생각하느라 나서지 못할 때 위험을 알면서도 바이러스 곁으로 선뜻 다가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을 돌보는 대신 용감하게 바이러스에 맞섰고 결국 메르스는 종결될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직업이라 해도 희생과 봉사정신이 배어있지 않다면 위험과 마주했을 때 적극성을 보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런 직업군에서 사람을 선발할 때는 전문성 못지않게 희생과 봉사정신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것도 메르스를 겪으며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코로나19가 사람들을 위험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상황은 당시와 조금 다르지만 사람들의 불안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것이지요. 일선에서 일하는 분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많은 고초를 겪을 겁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텔레비전에 나와 코로나19 발생현황과 조사결과 등을 브리핑하는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처음 발생했을 때와 확연하게 초췌해진 모습에 보였기 때문입니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신천지에서 발생한 감염을 확인하기 위해 한번에 9000건이나 되는 조사를 해냈다고 하니 그분들의 노고가 얼마나 클지 짐작조차 되지 않습니다.
얼마 전 잠시 통화했던 평택보건소장님의 목소리에도 고단함이 역력했습니다. 소장님의 목소리가 그 정도이니 아마도 직원들의 고충은 그보다 훨씬 더 하겠지요. 일선에 있는 분들 중에는 집에 아이들을 둔 가정주부도 있을 테고, 가족의 대소사를 챙겨야 하는 분들도 있을 테지요. 보건소나 병원에 근무하는 분들은 아마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제대로 된 휴식을 가진 지도 오래되었을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아무리 치명적이라고 해도 그것을 가라앉히는 것은 결국 사람의 일입니다. 평온할 때는 모두가 비슷해 보이지만 극한 상황에 이르렀을 때는 모든 것이 본래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잘못된 시스템도 평온할 때는 아무 이상이 없어 보이지만 막상 문제가 터지고 나면 그제야 곪은 구석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처럼 사람도 극한 상황에 이르면 평범한 사람과 영웅이 구별되곤 하지요.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사태가 급박해지면서 곳곳에서 ‘사람’이 또 한 번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거기에 우리들 개개인의 작은 힘이 함께 보태진다면 코로나19라는 두려운 감염병도 능히 이겨낼 수 있지 않으리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