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은 뒷전, 운전기사·업주·평택시간 서로 원인 떠넘기기 급급, 시민 피해만 가중돼
특히 대중교통(버스) 문제는 심각한 수준을 넘어 최악의 상황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1년간 평택시에 제기된 민원의 30% 이상이 버스 난폭운전, 불친절 등에 관한 것이어서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에 있음을 반증한다. 과속은 물론이고, 무정차, 폭언, 신호위반 등의 불법행위가 일상화되어 있다. 이는 어쩔 수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안성에서 평택으로 자가용으로 출퇴근하고 있다는 회사원 L씨는 “운전을 하면서 버스가 곁에 있으면 긴장하게 된다. 언제 끼어들고 언제 튀어나올지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출퇴근시 버스를 이용하기도 했는데 시간도 들쑥날쑥하고 무엇보다 운전하는 모습을 보고 잘못하면 큰일나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름값이 들어도 될 수 있으면 차량을 가지고 출퇴근한다”며 버스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러한 대중교통에 대한 민원제기나 불만은 어제 오늘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시청 교통과 관계자에 따르면 “수시로 단속하며 계도하고 있으나 잘 고쳐지지 않는 것은 일부 기사들의 자질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3년 동안 시에서 적발한 시내·대여·마을버스 포함 단속은 760건 7131만원에 이르고 시정명령을 내린 것은 369건이나 고발이나 취소·감차한 경우는 한 건도 없다. 때문에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광란의 질주, 구조적인 문제가 커
그러나 이처럼 모든 책임을 운전기사에게만 일방적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10년 가까이 평택에서 시내버스 운전을 하고 있다는 K 씨는 “일부 불친절하고 자질이 떨어지는 기사가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힘들어도 웃는 낯으로 고객을 대하고 안전운행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점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러나 기사들의 자질 문제만이 전부는 아니며 오히려 그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구조적인 것에서 찾아야 한다”며 운수회사와 교통행정의 문제점도 꼬집었다.
그는 “우리 버스의 경우 새벽 첫 차가 차고지를 출발해 회차 지점까지 50분 내에 도착해야 한다. 약 30km의 거리를 60여개의 정류장과 100개에 육박하는 신호등을 거치는데 시간을 지키는 것은 정상적인 운행으로는 어렵다. 혹시라도 늦으면 운행시간 미준수라는 여객운송사업법에 의해 처벌받게 되고 뒤차와의 간격도 좁아져 두 대의 차량이 동 시간에 정류장에 도착하면 배차간격을 안지킨다는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쳐 이를 피하기 위해서 안전운행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며 “사측에서도 운송수익금과 직결되는 운행횟수를 맞추기 위해서 시간을 준수하지 못하는 기사들에게 알게 모르게 불이익을 주는 상황이어서 기사들은 안간힘을 쓰고 달리게 되고 따라오는 뒤차들도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광란의 질주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악순환이 하루 종일 이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청 교통과 관계자는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그것은 일부 단속대상이 된 기사들의 주장일 뿐이다. 실제로 버스회사에 방문해 다른 기사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충분히 운행 가능한 시간이라는 대답도 많다”며 “운행 시간이나 배차관련 문제는 사기업의 내부문제로 우리가 관여할 근거가 없고 사측과 근로자 사이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되풀이 했다.
수없이 쏟아지는 고발과 민원에 대해 평택시가 취하고 있는 방안이 적절한가에 대한 시민들의 의구심 또한 여전하다.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시 관계자는 답변을 통해 “운수업체 운수종사자 순화교육과 시내버스 3사 대표자 대책회의를 실시해 해결을 위한 노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천편일률적인 내용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원을 제기한 한 시민은 “각 항목별로 구체적인 대답은 없고 모범답안만 있는 것 같아 행정지도기관으로서 해야 할 일을 안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대중교통, 안전운행이 최우선 되어야
시 자료에 따르면 운수회사 측과 서비스 향상을 위한 정례간담회를 월 1회 개최하고 있으며 운수업체별로 안전운행 및 친절교육도 매월 1회 자체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과 관계자는 “운수회사에서 요청이 오거나 필요시에는 직접 담당 공무원들이 현장에서 강의를 하는 등 교육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버스기사는 “지난 2009년 이후로 교통안전공단에서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것을 빼고는 단 한 번도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교육을 하려면 비번(휴일)때 해야 하는데 그러면 휴일수당이 발생하고 예전에 이러한 수당을 못 받아 법적 조치를 취해 일부 받아낸 사실도 있다. 그 이후 회사차원에서 교육을 실시한 경우는 없었다”고 주장해 명확한 사실 확인이 요구된다.
용이동에 차고를 두고 있는 운수업체 운전기사라는 한 익명의 제보자는 “시에서 인가받은 운행대수를 지키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내가 소속된 노선의 경우 30대가 넘는 인가대수 중에서 실제 운행되는 것은 27~29대에 불과하다”며 “차량사고 시에도 버스공제조합을 통해 비용이 처리가 되어야함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문책이 두려운 나머지 기사들이 자비로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 했다.
과속 난폭 불친절 운전을 일삼아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일부 자질이 부족한 운송종사자에 대한 시급한 조치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편으로 담당 공무원들의 보다 적극적이고 시민 친화적인 행정처리도 요구된다. 제도적인 미비점이나 법적 근거 혹은 예산이나 인력부족을 논하기 앞서 해마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교통재해자들 문제가 자신과 가족들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평택시에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도 버스업체에 지원된 혈세는 79억 9511만원이다. 이러한 지출에도 불구하고 사업자의 이익 실현을 위한 무리한 운행횟수 설정이 작금의 교통문제를 야기한 원인의 하나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교통관련 기관의 한 연구원은 “운수업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이 열악한 환경 탓으로 모든 원인을 돌리고 요금인상과 같은 이익추구에만 열을 올리는 행태가 모든 교통문제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며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를 뒤로 미뤄놓고 국제유가인상이라는 이유를 들어 승차요금인상을 요구하는 주장은 설득력을 가지기 어렵거니와 금번 인상으로 서비스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는 말은 양치기 소년의 외침처럼 매번 반복되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운수회사, 평택시, 운수종사자들의 원인 떠넘기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43만 평택시민들의 발이 되어야 할 대중교통이 안전이 아닌 위협과 불친절로 얼룩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