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미/다연북스

 

▲ 이수경 사서
평택시립 세교도서관

이제 7살 된 큰딸이 나에게 묻는다. “엄마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좋아?” 나는 큰 딸아이의 물음에 웃으며 대답한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우리 큰딸이 제일 좋고, 우리 둘째 딸이 그 다음으로 좋지!” 그러자 큰딸의 반응이 시원찮다. “엄마! 엄마는 엄마를 제일 좋아해야 하는 거야, 그 다음이 우리들이지! 아빠가 그랬어. 자기 자신을 제일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고!” 아이의 대답에 그동안 잊고 지내던 나를 발견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가정주부인 엄마든, 워킹 맘인 엄마든, “엄마”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만으로도 힘 들기는 매한가지이다. 오히려 아이양육에 힘을 쏟는 엄마야말로 대부분의 에너지를 아이와 가정을 위해 쏟기 때문에 나 자신을 잊고 살 때가 더 많다.

<엄마도 퇴근 좀 하겠습니다>의 정경미 작가는 엄마들에게 하루에 단 한 시간만이라도 본연의 ‘나’를 찾는 시간을 가지라고 이야기한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서 청소나 빨래 등해도 티 안하는 집안일을 조금 줄이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라는 것이다. 이러한 시간이야 말로 아이를 키우는 큰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말이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사뭇 달라짐을 느끼곤 한다. 정말이다, 조금 더 상냥해지고 부드러워 진다고나 할까.

왜 나는 아이들에게 그토록 자주 화를 내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단순히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어서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나의 생각에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엄마가 아이에게 단 하나의 주도권도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한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아이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에 너무 자주 간섭을 하고 있었다. 느리다는 이유로, 서툴다는 이유로, 불안하다는 이유로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늘 대신했다. 결국하나부터 열까지 엄마가 책임지게 되니 과부하가 걸리는 것이고 이를 “독박육아”라는 허울 좋은 핑계를 대며 아이들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엄마 퇴근”에 있어 중요한 것 중 하나로 “주도권을 아이에게 넘길 것”을 강조한다.

아이의 시선에서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사물을 배치하고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라는 것이다. 엄마는 단지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게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주기만 하면 된다. 나는 아이가 아니고 아이는 어른이 아니니 아이가 어른과 똑같이 행동할 수 없음은 당연한데 우리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동안 우리는 아이에게 안 되는 이유를 요목조목 설명하며 아이를 가둬두고 억압해 온 것이다.

아이는 독립된 인격체이고, 준비기간을 거친 후에는 홀로서기를 해야 할 때가 반드시 온다. 그러니 아이를 위해 너무 희생하거나 헌신하지말자. 엄마는 그저 아이를 믿고, 인내심을 가지면 된다. 아이와 엄마가 행복한 방법, 그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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