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민 정수일 씨 “부지선정위가 정한 곳 말고 우리가 추천한 곳도 있소!”

▲ 정수일 씨가 송담지구 출장소 부지를 가리키며 현덕면 쪽으로 치우친 단점을 이야기 하고 있다.
안중출장소 이전문제가 평택 서부지역 5개 읍·면민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현재 위치하고 있는 서부문예회관은 더부살이하는 형식으로 달아내거나 옹색하게 지은 건물이어서 더 늘릴 공간이 없다. 행정수요도 폭주하고 있기 때문에 이전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 안중출장소부지선정위원회(위원장 이익재)가 구성됐는데, 1년간 물색한 끝에 네 군데의 후보지를 선정하고 2011년 12월 21일 주민설명회를 가졌다(본지 2011년 12월 28일자 보도). 4가지 안 모두 안중읍을 중심으로 한 개발예정지나 임야였는데, 어느 안도 참석한 주민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데는 실패했다.
부지선정위원회에서 제시한 후보지는 ▲제1안:안중읍 학현리 488-10번지 일대(서부문예회관 주변) ▲제2안:안중읍 안중리 238-1번지 일대(안중5거리 노인정 뒤편) ▲제3안:안중읍 안중리 217-1번지 일대(구월철강 뒤편) ▲제4안: 안중읍 안중리 산 17-1번지 일대(정토사 뒤편)였다. 그러나 주민들은 좀 더 적절한 후보지를 찾아 다시 서부지역 5개 읍·면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곳을 최종 선정해야 한다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런데, 그날 설명회에서 정수일(72·평택시 현덕면 기산리) 씨가 자신이 연구하고 물색한 후보지를 다섯 군데나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기자는 지난 1월 19일 정수일 씨를 만나 그가 제시하고 있는 후보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26일 함께 현장을 취재했다. 물론 부지선정위원회에서 제시한 4군데의 후보지도 다 둘러보았다.
기자는 직접 가본 후보지들에 대해 보고 느낀 것과 정 씨가 설명하는 장단점을 정리해 보았다. 먼저 부지선정위원회에 제시한 후보지부터 시작한 후 정 씨가 연구한 후보지에 대해 소감을 밝히려고 한다. 
부지선정위원회가 선정한 후보지
◆제1안 서부문예회관 주변:현재 출장소 청사가 있는 곳에서 바로 이웃하고 있는 학현리 488-10번지 일대 8347㎡의 부지를 매입, 편입시키는 안으로 정수일 씨는 이 안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다.
“현재 출장소가 있는 곳은 역사적인 보존가치가 있어서 훼손하면 안 됩니다. 출장소가 있는 산이 봉오산으로 옛날 봉화대가 있었고, 삼일만세운동이 일어났던 곳이며, 1973년 아산방조제를 막아 평택호가 생기기 전에는 기우제를 지냈던 곳입니다. 그래서 안중시민들을 위한 공원으로 만들어 보존해야 합니다”
38번 국도 서동대로에서 바라보면 편입시키려고 하는 곳은 서부문예회관 오른쪽의 논밭이었다. 왼쪽으로는 야트막한 봉오산이 서부문예회관과 출장소, 더불어 시립안중도서관과 서평택국민체육센터를 함께 품어주듯 자리 잡고 있었다.
◆제2안 안중5거리 안중경로당 뒤편:안중리 238-1번지 일대는 38번 국도 서동대로를 남북으로 가로질러 가는 안현로를 기준으로 안중오거리 서쪽 부분인데 남쪽으로 안중시내를 마주하며 역시 논밭이었고, 드문드문 신축된 가옥들은 식당인 듯 했으며, 4~5층 높이의 모텔도 하나 눈에 띄었다. 3만8208㎡의 토지를 매입해야 하는데 높은 지가가 단점이었다. 공시지가로 88억6700만 원이다. 교통의 요충지로서 서부 5개 읍·면 주민들에게 접근성이 뛰어나다.
◆제3안 안중5거리 구월철강 뒤편:안중리 217-1번지 일대는 제2안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데 역시 서부지역 주민들에게 접근성이 뛰어나다. 국도 38호선과 39호선이 교차하고 있고 안중읍 구 도심과 가까웠다. 구월철강 뒤로 시멘트 포장이 된 농로를 따라 들어가 보니 온통 논밭에 낡은 농가 주택이 간혹 눈에 띄었다. 매입을 원하는 토지는 3만4981㎡로 공시지가로 97억9000만 원, 역시 높은 지가가 걸림돌이었다.
정수일 씨는 부지선정위원회에서 선정한 후보지 중 제2과 3안이 검토해볼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안중전통시장 상인들도 구 도심을 살리기 위해 이 두 가지 가운데 한 곳이 선정되기를 가장 바라고 있다고 했다.
◆제4안 정토사 뒤편:안중리 산 17-1번지 일대로 38번 국도와 39번 국도가 만나는 안중사거리를 중심으로 오른쪽 북동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구 도심 입구인 안중오거리에서 1km 이상 떨어진 곳으로 야트막한 산은 울창한 숲으로 뒤덮여 있었는데, 현재 근린공원지역과 보존관리지역으로 이를 변경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후보지가 정토사 입구 쪽이 아니어서 38번 국도 보다는 39번 서해로 쪽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접근로를 새로 닦아야 하고 자연림을 훼손하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였다. 토지 소유자가 3만3000㎡의 땅을 출장소 부지로 무상 기증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공시지가로 추정한 땅값이 11억6800만 원, 이 비용을 절감한다 해도 정수일 씨는 사유지를 매입해 도로개설을 하는데 30억 원이 들고 상하수도까지 끌어들이는 데도 상당한 비용이 든다며 실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주가 무상으로 기증한다고 하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안중시민들을 위해 공원부지로 보존해야 합니다. 주변에는 40~50년 생 소나무가 자라고 있어 이를 훼손하면 안 됩니다”
정 씨는 이익재 위원장이 강력하게 추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출장소 부지로서는 가장 부적합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정수일 씨가 추천하는 후보지는
정수일 씨가 일부 주민들과 같이 답사하며 골랐다는 후보지는 모두 다섯 군데였다. 그 중 선정위원회가 선정한 제2~3안과 일치하는 곳도 있었다. 그 밖에 네 군데는 ▲안현로서6길 동쪽 끝 송담지구 ▲현화리 건영·현대아파트단지 앞 화양주택단지 ▲홈플러스 앞 로얄호텔 주변 ▲구 우시장 맞은 편 야산을 꼽았다.
정 씨는 그 가운데서 출장소 이전부지로 가장 적합한 곳으로 현화리 건영·현대아파트단지 서쪽 안현로서9길 건너편 화양주택단지를 추천했다. 평택시가 매입해놓은 땅이 2만3500평이나 있기 때문에 그 땅을 활용하면 토지매입비가 들지 않을 뿐더러 서부지역 5개 읍·면 어디에서도 접근성이 좋다는 점을 들었다.
“화양주택단지는 모두 80만 평으로 도시계획이 돼 있습니다. 옛날 화양공단 자리로 주민들이 공업단지를 풀어라, 아니면 보상을 해 달라고 요구하자 평택시가 그 중 건물과 대지 2만3500평을 주택조합으로부터 매입했죠”
정 씨는 주택조합 측에서도 출장소가 들어오는 것을 환영하고 있다며 시가 원한다면 분산된 부지를 모두 한 필지로 몰아줘 청사를 지을 수 있게 해줄 의향까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추천한 다른 후보지는 안중시내와 가까워 땅값이 너무 비싸고 안중읍을 제외한 4개 읍·면 중 특정 지역으로 치우친다고 지적했다.
지금 화양주택단지 개발예정지는 온통 논밭이었고, 과수원도 눈에 띄었다. 건너편 대단위 아파트단지 주민들을 고객으로 삼고 신축된 상가건물들이 안현로서9길을 따라 띄엄띄엄 들어서 영업하고 있었다. 그 길의 북쪽에는 38번 국도와 만나는 현화교차로가 있고, 사거리 바로 맞은편에는 홈플러스가 새해에 개점했다. 한산하던 아파트단지 부근에 대형 할인마트의 등장으로 유동인구가 갈수록 늘고 있어 화양주택단지로 출장소가 이전한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정 씨는 차선책으로 토지매입비가 들더라도 홈플러스 바로 앞 로얄호텔 주변을 출장소 이전부지로 선택하는 것도 좋다고 추천했다. 38번 국도를 끼고 있어 어디서도 접근성과 교통이 좋고 홈플러스를 중심으로 번화한 상업지구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정 씨는 기자와 함께 현장 답사를 마치면서 거듭 말했다.
“출장소 이전부지선정위원회는 주민들이 추천한 후보지도 같이 재검토해야 합니다. 백년대계를 내다보고 기존 시가지를 살리는 방안으로 부지를 선택해야 됩니다”
정수일 씨는 젊은 시절 안중읍 내에 지역사회개발연구소를 차려놓고 평택 서부지역의 발전을 위해 연구한 적도 있다. 지금도 현덕면의 산기슭 외딴집 서재에는 그가 구상하며 작성했던 각종 도안과 지도, 도면 등이 가득 쌓여 있었다.
 

▲ 정토사 뒤는 근린공원 보존지역

▲ 토지매입비가 들지 않는 화영주택단지 부지

 

“무상기증할 땅, 이보다 더 좋은 곳 없어요”

▲ 이익재 부지선정위원장
본지는 1월 18일 안중출장소 부지선정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이익재 위원장을 만나 부지 선정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토사 뒤 안중출장소 부지로 무상 기증하겠다는 지주는 누구인가?
“청북면에서 중소기업을 하는 배창원 씨다. 그는 안중읍 뿐만 아니라 현덕면에도 땅이 있다. 그가 희사하려는 땅보다 안중출장소 부지로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없다. 시 청사 부지로 1만 평이면 대단한 것이다. 기증하기로 한 땅은 5개 읍·면의 중심지로 집터가 좋다. 원래 시청에서 충혼탑을 세우기로 계획했던 자리다. 평당 100만 원씩이라고 해도 엄청난 가치가 있는 땅인데 무상 기증하겠다는 것이다”
지주가 땅을 무상 기증하겠다는데 대해서 순수성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는데.
“배창원 씨가 땅을 무상 기증하기로 한데 대해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있다. 자기 생전에 지역을 위해 좋은 일 하자는 것뿐이다. 나 하고는 시의회 의장시절부터 절친하게 지내고 있는 사이다”
이 위원장께서는 제4안을 강하게 밀고 있는 것 같은데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제4안을 청사 부지로 선정하지 않더라도 시에서 받아놔도 된다. 배창원 씨는 그 땅이 출장소 부지로 선정되든 안 되든 시에 무상 기증하겠다고 한다.”
평택항을 살리기 위해서 포승읍으로 출장소를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평택항으로 가는 것도 좋지만 출장소는 5개 읍·면의 중심에 있는 것이 맞다. 포승읍은 5개 읍·면의 중심이 아니다. 안중출장소는 서부지역의 중심이 되는 안중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
작년 12월 주민설명회를 했는데, 앞으로 진행과정은?
“네 가지 안 중 두 가지 안을 채택해 시청에 보고할 것이다. 2월 초에 집행부에 보고하면 시가 용역을 줘서 그 결과를 시의회에 제출해 최종 한 군데를 선정, 의결하게 된다”
두 후보지로 어디를 꼽고 있는가?
“현재 출장소를 중심으로 한 제1안은 좁아서 안 된다. 그 나머지 세 가지 안을 놓고 선정할 것이다”
지난해 주민설명회에서 주민들이 선정위원회가 선정한 곳 말고 다른 곳을 이전후보지로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제5안은 없나?
“주민들이 제각기 자기 동네로 출장소가 와야 한다고 하는데, 사심을 버러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청북면 주민인데 우리 동네로 출장소를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말이 되겠나. 우리 면 주민자치위원장이 그렇게 주장하길래 나는 그 말을 잘라 버렸다. 큰 틀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지 지역이기주의로 접근하면 안 된다”
출장소부지선정위원회는 언제 어떻게 구성됐나?
“출장소부지선정위원회는 작년 상반기에 구성됐다. 5개 읍·면의 이장협의회장, 주민자치위원장, 지방의원 출신, 조합장 출신 등 골고루 뽑았다. 현직 시·도의원들도 다 뽑았다. 이렇게 구성된 25명의 위원들이 의견을 집약해 4군데의 후보지를 선정한 것이다. 사심을 버려야 하며 개인의 이해관계가 개입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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