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섭/사계절

 

 

 
▲ 김정 사서
평택시립 지산초록도서관

이야기 들으며 큰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토끼와 거북이’, 빠르다고 시건방 떨다 져버린 토끼와 끈기의 대명사가 된 거북이의 경주 뒷사정이 궁금하다면 능청맞은 그림책 한 권을 권한다. 구수한 입담으로 문을 연 <토 선생 거 선생>은 어린이부터 다 큰 어른들까지 단번에 홀린다. 잘 짜인 마당극 한 편을 보는 듯 기존 이야기에 재치와 기발한 상상력까지 잘 버무렸다.

거북이와의 경주에서 진 토끼는 당최 귀를 펴고 다니질 못한다. 그는 자존심 회복을 위해 갖은 노력으로 거북이와의 재경기를 성사시키고, 공정성을 위해 등딱지까지 대신 짊어진다. 최선을 다해 달리기를 하는 그들 위로 비는 세차게 내리고, 뒤도 안보고 달리던 토 선생은 구덩이에 빠진다. 한편 거 선생은 등딱지가 없어 추위에 떨다 감기에 걸린다. 한발자국도 더 걷지 못하게 지쳐버린 토 선생과 거 선생, 그들은 과연 어떻게 됐을까?

<토선생 거선생>은 이육남 작가의 백묘화로 그려졌다. 색채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필선만을 가지고 그리는‘백묘화’는 먹선의 강약이나 굵기만으로 작품을 완성한다. 그렇다고 이 이야기가 지루하거나, 억양이 약할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걸쭉한 입담이나 맛깔 진 대사에 더해진 꿈틀거리는 등장인물의 표정, 전통미가 느껴지는 배경들은 그들의 경주만큼이나 속도감을 그려낸다. 

또 하나의 놓칠 수 없는 묘미는 작품에 숨어있는 그림 찾기이다. 김홍도의 ‘빨래터’, 정선의 ‘인왕제색도’ 등 잘 알려진 명작뿐만 아니라, 곳곳에 5g 스마트폰이나 아이폰 등 요즘의 것들이 숨어있어 아이들에게 발견하는 기쁨도 제공한다.

구수한 옛 이야기의 다른 맛을 보고 싶다면 추천하는 <토선생 거선생>은 맨 뒷장을 덮고 나면 어쩐지 아련한 할머니의 품이 떠오른다.

‘토끼가 시건방 떨다 그만 거북이한테 진 이야기는 다들 한번쯤 들어봤지? 그 뒷이야기가 쬐끔 재미지다고 하던데 어디 들어볼 텐가?’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이솝 우화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누구나 아는 익숙한 이야기에 박정섭·이육남 작가가 뒷이야기를 더해 <토선생 거선생>을 완성했다. 이 그림책은 두 작가 모두에게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과제였다고 한다.

박정섭 작가는 <감기 걸린 물고기>로 많은 사랑을 받은 그림책 작가로, 이번에는 그림을 그리지 않고 옛이야기를 새롭게 쓰는 글쓰기 작업을 시도했다. 그림을 그린 이육남 작가는 그림책 작업으로는 낯선 백묘화를 시도했습니다. 두 작가의 개성이 합해져 더욱 큰 재미를 안겨 주는, 두 작가의 첫 콜라보 그림책 <토선생 거선생>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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