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 하는 생명이라고
마음대로 대하는 것을
많은 시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 유광수 전 고문
현덕청심회

경자년 새해가 찾아오고 어느덧 엄동설한이 다 지나고 꽃피는 춘삼월이 찾아왔건만,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생명을 잃어가고 있어도 봄소식은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 앞에 찾아오고 있다.

많은 사람은 이제 남쪽에서 올라오는 훈풍을 받고 피어오른 벚꽃 맞이 축제라도 즐기고 싶지만, 마음으로만 즐기며 지나가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가로수에 피어오르는 벚꽃을 보며 그나마 위안을 받는 이때, 우리 고장 평택에서는 그동안 가꾸어 놓은 벚꽃 가로수에 꽃망울이 맺혀 따뜻한 지역부터 하나둘씩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특히 평택의 자랑거리인 오성강변 벚꽃길 가로수와 국도 39호선 안중에서 평택호에 이르는 구간은 그동안 정말 그 경관을 자랑할 만한 곳이다. 그런데 어느 날, 한국전력에서는 가로수의 키가 자라면서 고압전선에 닿는다는 이유로 인부들을 동원해 한창 꽃망울이 맺혀 개화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벚나무 가지를 무자비하게 잘라내 볼썽사나운 모양으로 망쳐놓았다.

며칠만 참았더라면 겨우내 준비한 새 생명이 아름답게 피어올라 많은 사람에게 선보여 코로나19의 시름과 공포를 꽃망울로나마 위안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일주일만 기다렸다면 일제히 꽃잎이 떨어지고 난 후 예쁘게 전지해 고압전선의 위험성에도 이상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면 벚나무는 그동안 새 가지를 돋아내 내년에 또 아름다운 모습의 벚꽃길을 조성할 수 있었을 터인데 하필이면 꽃이 피어나는 시기에 그렇게 무자비하게 잘라냈을까. 이 같은 처사를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이 아닌 벚꽃길 인근에 사는 주민과 이 길을 자주 지나는 사람들의 하나같은 생각일 것이다.

평택시는 그동안 선진국 도시공원 녹지사업을 여러 차례 견학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가로수를 관리해야 하는지 되묻고 싶다.

앞으로 평택시는 이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가로수 관리를 철저히 하기를 바란다. 또 한국전력은 고압 전력 안전사고 예방을 이유로 원칙 없이 가로수를 잘라내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기를 간절히 부탁한다. 말 못 하는 생명이라고 마음대로 대하는 것을 많은 시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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