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받은 고마움을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과
어떻게 나눌까
많은 생각을 한다

 

 
▲ 김해규 소장
평택인문연구소

한석규는 영화 <쉬리>로 세간의 폭발적 주목을 받고 그 때 번 돈으로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를 시작했다. 좋은 영화는 좋은 시나리오에서 나오는데 한국 영화산업 구조에서는 좋은 시나리오 발굴이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다. 스타가 된 뒤에는 연인과 헤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한석규는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다. 한석규는 말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는 ‘행복한 가정과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이라고.

야구선수 추신수는 지난 2000년 시애틀 매리너스라는 팀에 입단했다. 추신수는 한차례 트레이드 후 2009년이 돼서야 빛을 보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꿈의 기록인 3할 타율에 20-20클럽을 달성했다. 그런 추신수가 코로나19 사태로 패닉상태에 빠진 대구지역에 2억 원을 기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리그가 중단되면서 연봉 지급이 중단된 소속팀 마이너리거 191명을 위해서도 1명당 1000불씩 기부하기로 했다. 이는 원화로 따지면 2억 3000만원에 달하는 돈인데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지를 나몰라하는 대기업노조들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국민들의 안전 위기이자, 경제 위기이기도 하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자본주의적 풍요 속에 갇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미국과 서구 선진국의 사회경제적 모순, 그들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선진국이 자만했던 공공의료와 복지, 배려와 양심, 도덕성은 그 기저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

반면, 한국은 국가적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도 나름 잘 대처하리라 생각한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은 줄어들었고 상점과 식당에는 고객들이 현저하게 감소했지만 전 세계적 재난에 이 같은 일상이 유지된다는 사실은 기적에 가깝다.

이 와중에도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분야는 항공과 관광업종이다. 이스타항공은 대량 해고와 무기한 휴직을 단행했고, 다른 항공사도 감축 내지는 다른 조처를 취할 예정이라고 한다. 관광업종은 몇몇 회사가 도산했다.

아내가 운영하는 국수가게도 어려움이 많다. 바깥출입이 제한되면서 배달주문이 늘어 근근이 버티는 중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이 늦어지면서 매출이 뚝 떨어졌다.

그러던 차에 며칠 전 건물주가 점심을 먹으러 와서는 요즘 상황이 어떠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운영하는 약국도 장사가 안 돼 어려움이 많다고 한숨을 쉬었다는 것이다. 다음 날 아내를 다시 찾아온 건물주는 힘든 일을 함께 나누자며 3월분 임차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정말 놀랍고 감사했다. 마음 씀씀이가 정말 고마웠다. 감사함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지만, 좋은 의도를 훼손할까 두려워 말하지도 못했다. 그러다 어제, 딸기 한 상자를 사서 드리며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건물주의 도움은 나를 돌아보게 한다. 우리 형편이 죽을 만큼은 아닌데 도움을 받은 사실이 송구할 뿐이다. 이렇게 받은 고마움을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과는 어떻게 나눌까 많은 생각을 한다. 우리에게는 여분이 있으니 마스크 구입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고 보면 한석규와 추신수는 훌륭한 배우, 훌륭한 선수이기 전에 참 훌륭한 사람이다. 나도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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