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상상력은
반복적으로 대중을
긴밀하게 접해본 사람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특권이다

 

 

 
▲ 임윤경 사무국장
평택평화센터

지난 3월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평택시 갑·을선거구 후보들에게 평택지역 현안을 묻는 정책질의를 보냈다. 평택지역 현안인 미군기지 관련 질의라 답변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숙고의 시간 3주를 주었고, 얼마 전 그 답변을 받았다. 답변 과정에서 후보들의 실수가 이어졌다. 실수의 요지는 이렇다. 보좌관이 답변서를 보낼 때 최종본이 아니라 작성 중인 파일을 보냈다는 것. 또 다른 후보자는 마감이 지나도 답변서가 오지 않아 보좌관에게 전화로 요청하는 서비스까지 했지만, 답변은 오지 않았다. 그러다 언론 공개 바로 하루 전날, 보좌관이 실수를 했다며 부랴부랴 파일을 보냈다. 신경이 곤두서는 며칠이었다.

여당 후보 캠프는 실수를 대하는 자세가 시종일관 오만했다. 퉁명스럽게 자기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뒤늦게 문자로 사과는 받았지만, 그 보좌관은 오만함이 ‘습관’이 된 듯했다. 야당 후보 측은 보좌관의 실수라기에는 의도성이 강한 상황. 답변서를 언론사로 바로 보낸 것도 프레임 전환을 노린 정치기술이 아닌가 의심이 가 맘이 편치 않았다. 책임보좌관이 부랴부랴 찾아와 겸연쩍은 얼굴로 모두 자기 실수고 자기들이 책임져야 한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을 때까지 불쾌함은 떨칠 수 없었다.

정치는 ‘정’ 떨어지고 ‘치’ 떨리는 일이라고 한다. 그만큼 반칙이 난무하고 진흙탕인 우리네 정치 상황을 빗대어서 하는 말일 것이다. 점점 속고 속이는 강도가 높아지고 서로 부딪치거나 밀쳐내는 정치판을 볼 때, 그 정치인의 일상을 짐작하게 된다. 우리는 일상에서나 정치에서 조심스러운 우아함을 발휘해 충돌을 피하는 정치인을 만나고 싶다. 물론 실수를 대처하는 자세도 마찬가지다. 잘 못을 대처하는 작은 차이에서 그 사람의 인간적 성숙함을 발견할 수 있다. 이번 후보들의 실수에 대처하는 자세처럼 말이다.

지난 국회의원선거였던가 ‘총선 캠페인 하나를 제안합니다’라는 기사가 있었다. 요지는 택배 기사들이 투표할 수 있도록 선거일 이후로 온라인 구매를 미루자는 것이었다. 작은 아이디어지만, 실질적이고 구체적이어서 감동한 기억이 난다. 일상에서 겪은 선한 마음이 상상력으로 나온 것이다. 정치적 상상력이 머리에서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정치적 상상력은 일상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과 인간적 성숙함을 담은 선한 마음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이번 국회의원선거 후보자들이 보낸 정책은 어떨까. 코로나19라는 지구적 위기 속에서 ‘반공’, ‘반북’, ‘안보’ 프레임이 전혀 통하지 않음에도 미군기지 관련 정책은 말 그대로 정치적 상상력이 고갈된 상태였다. 정책들은 모두 구체적이거나 실질적이지 않고 단편적인 미봉책을 들고 나오거나 정부의 목소리를 나열할 뿐 실체가 없었다.

상상력은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일상에서 보이지 않았던 곳을 들여다보고 깊이 생각하려는 마음에서 나온다. 정치적 상상력도 마찬가지다. 일상에서, 거리에서 사람이 붐비는 공간에서 반복적으로 대중을 긴밀하게 접해본 사람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특권이다.

국민이 존중받지 못하고 상식과 대의가 실종된 정치, 인간적 성숙함은 물론 선한 마음을 담은 정치적 상상력이 고갈된 정치로 힘들어지는 건 국민뿐이다. 따라서 국민의 투표로 당선된 정치인들은 새로운 정치를 위해, 정치적 상상력을 기르기 위해 더욱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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