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은 대의大義를 앞세워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을 하도록
법안을 발의하고 의결하며
정권을 감시해야 한다

 

   
▲ 김해규 소장
평택인문연구소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라는 격언이 있다. 정치·사회적 민주화, 개인의 성취, 우리 모두가 염원하는 세상은 철학과 비전,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라는 말이다. 4월은 한국 민주정치의 기원이다. 제주4·3항쟁, 4·16세월호 참사, 4·19혁명의 피와 교훈이 4월 하늘에 담겼다.

‘ROME 로마’는 왕정에서 귀족정, 공화정共和政, 제정帝政으로 발전했다. 로마 귀족들이라고 해서 대의를 앞세워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지는 않았다. 로마가 귀족정에서 공화정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평민층의 피땀 어린 투쟁의 결과다. 투쟁으로 만들어진 로마공화정은 원로원, 집정관, 민회를 중심으로 운영됐다. 권력분립과 상호견제를 통해 독재를 방지하고 특권을 제한했다. 집정관에게는 행정권과 국군통수권, 민회소집권을 부여했고, 원로원과 민회는 귀족의회나 절대왕정 시기의 신분제 의회와 같은 역할을 했다. 원로원은 귀족들로만 구성되다가 나중에 평민들도 참여했는데 법안발의와 의결을 담당했다. 로마시민으로 구성된 민회는 집정관이나 원로원의 결정을 추인하고 법안을 승인하며 집정관을 선출했다.

평민권이 발달하면서 평민회와 호민관이라는 제도가 생겼다. 원로원은 귀족의 권익을 대변하는 경향이 강했고, 민회도 투표권이 재산에 따라 배분돼 평민들에게 불리했다. 평민들은 투쟁을 통해 평민회에서 의결된 사항도 원로원의 결정과 동일한 효력을 갖도록 했다. B.C 287년 ‘호르텐시우스법’이 그것이다. 호민관은 평민회의 대표였다. 정원은 10명이었으며 평민층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평민회를 주재하는 역할을 했다. 나중에는 귀족과 특권층 중심의 원로원이나 집정관의 결정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도 가졌으며 법안 발의권도 있었다.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시행됐다. 코로나19로 움츠러든 상황에서도 선거 열기는 뜨거웠다. 필자도 오전 10시쯤 투표하러 갔더니 벌써 투표소 앞에 길게 줄이 서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 선출한 국회의원은 로마공화정에 비춰 볼 때 집정관보다는 호민관에 가깝다. 국민의 대표로 권익을 대변하고 행정부와 사법부를 견제하며, 국가 발전과 국민권익에 필요한 법안을 발의, 심의하는 역할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고 정치, 사회적 갈등도 심하다. 친일잔재와 독재잔재 청산도 시급하며, 급변하는 국제정세에서 적절한 대응도 필요하고, 남북 화해와 통일을 위한 전향적 정책도 요구된다. 부익부빈익빈 심화에 따른 사회적 갈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극우세력과 손을 잡고 국민을 오도하고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언론과 검찰, 재벌 개혁도 반드시 필요하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 전염병이나 재난에 대비한 국가적 시스템 구축, 사회정의와 분배정의 실현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각종 복지정책 등 크고 작은 문제들도 산적했다. 국회의원은 이를 해결하라고 선출한 국민의 대표다. 결코 그들에게 맡겨진 역할은 지역과 유권자들의 입맛에 맞는 사업을 유치한다거나 개인의 이해관계나 이익과 관련된 역할이 아니다. 대의大義를 앞세워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법안을 발의하고 의결하며, 정권을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역할로 국민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혁명이 발생하지 않는 한 우리 사회의 변화는 점진적일 수밖에 없다. 관심과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발전할 수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변화는 선거를 통해 완성된다. 정치판이 다투고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이며 효율적이지 못할지라도 어쨌든 우리 사회를 구체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정치밖에 없다는 생각을 버리면 안 된다. 시민들은 선거로 자신의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말자. 국회의원 임기가 끝날 때까지 우리가 선출한 대표를 지지하고 끊임없이 요구하고 감시하자. 잘못했으면 잊지 말고 다음 선거에서 심판하자. 그것이 민주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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