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온라인’ 할 것 인가

 

   
▲ 심은보 교사
죽백초등학교

지난 4월 9일 중3과 고3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전국의 초·중·고교가 ‘온라인’으로 개학을 했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마치 화상 카메라로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온라인 수업의 전부인 양 언론을 통해 처음 홍보가 된 탓에 교사들은 ‘ZOOM 줌’을 비롯한 온라인 도구들을 배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또, 수업 플랫폼으로 사용하는 사이트들은 접속량 폭주로 인해 한때 시스템 자체가 먹통 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처음 겪어보는 ‘온라인’이라는 낯선 늪 속에 갇혀 불안감을 호소하면서도 새로운 길을 어떻게라도 열어내기 위해 함께 발버둥 쳤던 우리의 그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현재 ‘온라인 수업’은 초기의 우려와 걱정에 비해 제법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아침이 되면 필자는 학교로 출근하고, 아이들은 가정에서 ‘e학습터’에 접속하는 것으로 등교를 한다. ‘e학습터’에 접속하면 가장 먼저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은?’과 같이 함께 이해하고 소통하고 싶은 나의 질문들에 아이들이 댓글을 다는 식으로 출석 체크를 진행한다. 아이들의 댓글은 내용에 따라 학부모와 함께 공유되며 학부모 역시 이 시간을 함께해 나가고 있다. 영상을 활용해 지식적인 무언가를 설명하는 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의 경우엔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어 글을 쓰고 문제를 해결하고 감상하고 실천하고 하는 따위를 실제 삶의 공간에서 수행하는 형태로 수업해 나가고 있다. 필요에 따라 영상과 자료도 제시하지만, 중요한 건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서서 살아보느냐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카톡방을 이용해 수시로 내게 질문하고 나는 그에 대한 답을 주거나 자료를 추가로 제시한다. 과제 수행이 완료되면 그 결과는 사진이나 게시판을 활용해 내게 제출되고, 밴드에 항목별로 정리돼 친구들과 함께 공유와 피드백을 하고 있다.

초기에 허우적대야 했던 ‘온라인’이라는 늪에서 빠져나와 이제 찬찬히 우리를 살피게 된다. ‘온라인’ 수업에 갇히지 않고 그 너머의 모습들, 진짜 만들어 가야 할 온라인 ‘수업’의 모습을 고민해 나가고 있다.

아이들 얼굴을 ‘ZOOM 줌’과 같은 도구를 사용해 동시에 함께 얼굴을 본다고 온라인 ‘수업’일까. 선생님이 온라인 강사처럼 재미있게 설명하는 화려한 영상을 듣는 것이 온라인 ‘수업’일까. 어쩌면 ‘온라인’의 늪에서 빠져나와 그 너머와 둘레를 살피는 일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수업의 속살은 배움과 성장의 과정에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세워내야 하는 일 일터인데, 화려한 영상이 일방적으로 전하는 내용을 아이들이 재생하고 구경하는 것이 온라인 수업인 양 자리 잡는다면 안 될 일 아니겠는가. 다시금 중요한 것은 지식이란 무엇이고 수업이란 무엇인지를 되물어야 하는 일이고, 마음과 마음, 이야기와 이야기가 맞닿아 가며, 만나가고 부딪히고, 깨칠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 시절 협력의 에너지들이 교사의 문화 속에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집단 지성의 숲속에서 교사들의 다양한 상상력이 터져 나온다면 좋겠다.

어지러운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 시절 교사들은 존재 자체를 바쳐가며 하루하루 이야기들을 엮어가고 있다. 가정에서는 학습량이 많네, 적네, 수업의 질이 높네, 낮네, 손가락질할 것이 아니라 자녀들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어쩌면 학교가 함께 하기 버거운 빈틈을 잘 메꿔가며 아이들을 함께 응원해주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일방적인 서비스의 수요자로서 평가하는 게 아니라 학교와 또 다른 방향에서 쌍방향으로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을 지원하는 주체가 되면 좋겠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서서 본인들의 이 시간을 잘 채워내고 이겨낼 수 있도록 우리 함께 도와간다면 좋겠다. 서로를 응원하며 말이다. 우리 이렇게 서로서로 ‘온-라인’ 하면 안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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