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사업장 노동자
300만 특수고용 노동자
공무원을 비롯한
모든 노동자가 쉴 수 있기를…

 

   
▲ 김기홍 위원장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2020년 5월 1일은 노동절이자, ‘130주년 세계 노동자의 날’이다. 이날은 미국에서 8시간 노동할 권리를 외치다 희생당한 노동자들의 정신과 넋을 기리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기념일로 지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승만 정권 아래 어용노조 역할을 했던 ‘대한노총’의 창립일인 3월 10일을 노동절로 정해 기념해왔다. 그마저도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에서는 ‘근로자의 날’로 불리게 된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끊임없는 투쟁에 의해 1994년이 돼서야 5월 1일을 노동절이자 세계 노동자의 날로 기념하게 됐다.

그런데도, 여전히 정부는 세계 노동자의 날을 ‘근로자의 날’로 부르고 있다. 정부에서 노동하는 ‘노동자’를 애써 ‘근로자’라고 부를 이유가 없다. ‘노동존중 정부’를 표방하며 들어선 문재인 정부에서 정권 초, 헌법에 ‘근로’ 대신 ‘노동’을 넣자던 초심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나라는 ‘세계 노동자의 날’이 법정 휴일임에도 쉬지 못하는 노동자가 많다. 특히 비정규직은 쉬어야 하는 날, 쉬지도 못하고 일하다 참변을 당해왔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는 2017년 5월 1일 노동절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출근해 일하다 크레인 참사로 6명이 사망했다. 희생자들은 모두 비정규직이다. 노동절은 법으로 정해진 공휴일이 아니다. 즉, 달력에 빨간색으로 표시된 법정공휴일이 아니라 ‘근로기준법’에 정해져 있는 법정휴일이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는 이마저도 적용되지 않는다. 회사와 노동조합이 맺은 단체협약에서 노동절을 휴무일로 해놓은 사업장만 쉴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사업장은 노동절에도 일해야 한다. 중소기업 노동자의 절반은 노동절에도 일하고 있으며, 화물·건설·대리운전·택배·보험 등 특수고용노동자의 경우에는 노동자임에도 개인사업자로 신고하게 돼 있어 법률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함에 따라 세계 노동자의 날에 쉴 권리마저 박탈되고 있다.

공무원과 교사 또한 노동절에도 쉬지 못하고 있다. 관공서나 학교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이날 쉬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나마 노동조합이 있는 평택시와 안성시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단체협약에서 휴무일로 정해 쉬지만, 공무원들은 출근하는데 쉬는 것이 마음이 편하지 못한 현실이다. 노동절에 ‘특별휴가’ 형식으로 쉬는 공공기관들이 생겨나고 있다. 2017년 서울시가 최초로 노동절 특별휴가를 시행한 이후 충남, 경북, 대전, 부산광역시 일부 지자체, 전남 보성군 등 전국에 확산되고 있다. 노동자인 공무원도 이날 당연히 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근에는 지난 4월 15일 안성시장 재보궐선거로 당선된 김보라 시장이 공무원도 노동자라며, 5월 중 원하는 하루를 골라서 쉴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평택시는 여전히 변화가 없다.

물론, 정부에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있는 ‘관공서의 공휴일’에 5월 1일 노동절을 추가하면 모든 문제는 해결된다. 그런데, 여전히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더 일해야 한다고 강변하는 ‘일하지 않는 정치인들’이 있는 현실이다.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소속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가 최장 노동시간과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률 1위임에도, 재계는 늘 언제나 그랬듯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우리나라 경제가 금방이라도 어떻게 될 것인 양 엄살을 부린다. 노동시간만 놓고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에 속한 국가 가운데 2위지만, 노동생산성은 23위에 불과하다. 노동시간이 길다고 해서 생산성이 높아지는 게 아닌 것이 분명하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도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하고, 300만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 그리고 공무원의 노동기본권 쟁취를 담고 있는 ILO 세계노동기구 국제협약을 국회에서 비준하게 하는 것. 그것이 130주년 세계 노동자의 날, 우리 모두의 화두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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