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인권, 평택에 뿌리 내리게 할 터”


올해 3월 평택아동인권협회장 취임
평택국제봉사회, 아동 봉사 이어와

 

 

 

“봉사하면서도 무엇보다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게끔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봉사하기에 앞서 교육을 받고 이러한 마인드를 먼저 갖춰야 하죠.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좀 더 세심하게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봉사

정학호(47세) 평택아동인권협회장은 한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군에 입대했다. 전역 후에는 대학에 들어가 법학을 전공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두고 평택 지역사회에서 선배들을 따라 시민운동을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의협심이 강해 선배들을 따라 열심히 활동했던 것 같습니다. ‘효순이 미선이 사건’ 때는 서울로 올라가 미군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삭발투쟁을 펼치기도 했죠”

약자를 대변하는 일에 앞장서고 싶어 시작한 일이었지만, 그도 생계를 유지해야 했기에 이윽고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제 뜻을 펼치기 위해서는 스스로 힘을 더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97년쯤 지금 하는 일을 시작해 지금까지 계속해서 일해 왔죠”

정학호 회장이 처음 봉사를 시작하게 된 것은 10여 년 전 우연히 선배를 따라 보육원을 방문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딸과 비슷한 또래 아이의 손을 잡았는데 과연 이게 맞는가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리 딸과 놀아주기도 힘든데, 이 아이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스스로 모순적이지 않은가, 진심으로 봉사하는 것인가 생각이 들었죠”

이러한 의문 속에서도 그는 계속해서 보육원에 찾아갔고, 아이들과 유대가 깊어지는 것은 물론, 행복을 느끼기 시작했다.

“보육원 봉사를 통해 스스로 보람을 느끼면서 가정에도 더욱 충실해졌습니다. 심지어 술과 담배도 모두 끊게 됐죠”

 

봉사회를 이끌다

정학호 회장은 2010년 초 평택국제봉사회를 창립했다. 전문적으로 아동을 위한 봉사를 펼치고 싶던 것이 그의 마음이었다.

“순수하게 봉사하고 싶은 사람과 함께 하고 싶어서 봉사단체를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30명 정도가 함께 활동했고, 나중에는 최고 150명까지 인원이 늘어났죠”

그는 늦은 나이에 다시 대학에 입학해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봉사를 시작하면서 아동복지에 대해 더 깊숙이 알고 싶어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대학에서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늦깎이 학생이지만, 총학생회장의 꿈을 키우기도 했죠”

정학호 회장이 이처럼 아동복지에 관심을 쏟은 것은 이유도 모르고 아픔을 겪는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다.

봉사회를 이끌면서 생각대로 되지 않아 회의감에 빠진 적도 있다. 회원 수가 점차 늘면서, 그는 처음 의도한 봉사에 대한 뜻이 퇴색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는 오로지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해 참여하는 부모와 아이들을 보면서 이렇게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3년 전쯤 진정으로 봉사하고자 하는 회원들만으로 재정비해 보육원을 찾아가고 소외계층 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등의 활동을 시작했죠”

 

아동인권을 생각하다

정학호 회장은 오랜 기간 보육원 봉사를 다니면서 아이들이 상처받을 수 있는 부분을 직접 체감했고, 누구보다 이에 대해 깊이 고민해왔다

“보육원에 갈 때면 언행이 상당히 조심스럽습니다. 다시 오겠다는 말을 하고 지키지 못한다거나, 내 자녀와 비교하는 행동, 또 아이들이 식사하는 것을 지켜본다거나, 너무 불쌍하게만 여기기는 행동은 절대 해서는 안 되죠”

그는 올해 평택아동인권협회를 발족하고 지난 3월 회장에 취임했다. 봉사하면서 아이들을 더 배려하고, 또 아이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분위기를 지역사회에 확산하기 위한 일이었다.

“한번은 추운 겨울 늦은 밤 집에 가던 중 폐지를 줍는 할머니와 한 아이를 봤습니다. 돈을 쥐어주고 싶었지만, 그 아이에게 상처가 될까봐 참았죠. 이 일이 있고 난 뒤에 아동인권에 관한 고민이 더욱 깊어졌습니다”

정학호 회장은 앞으로 아동인권과 관련해 지역에서 계몽운동을 펼칠 생각이다.

“어려움에 놓인 아이들을 도우면서도 그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연구하고, 많은 사람과 공유할 계획입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눈높이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소외된 아이들의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손수건이 되고 싶다’는 것이 정학호 회장의 철학이다. 아이들의 뒤에 서 있고 싶은 것이 아니라 옆에서 손잡고 친구가 되어 함께 걸어가고 싶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최대한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게끔 하는 것이 최대 목표라는 그의 이러한 노력이 사회적 격차를 더욱 좁히고,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반이 되지 않을까 더욱 기대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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