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화합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요즘은 1년, 아니 몇 달 사이에도 주변 풍경이 급격하게 변하는 것을 보면 세상의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는 실감을 하게 됩니다.

평택 동삭동 부근은 이제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찾아가기 어려울 정도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천여 세대가 넘는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고, 길이 넓혀지고, 상가들이 밀집해 들어선 것이 완전히 다른 도시 같습니다. 그곳은 오래전 내가 살던 동네인데도 이제는 전혀 다른 도시에 온 것처럼 낯선 느낌입니다. 평택에 둥지를 틀고 사는 사람도 그러할진대 이따금씩 고향을 찾는 분들이라면 오죽 할까요.

주위는 가는 곳곳마다 빠르게 변화합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들을 보며 사람들은 발전한다고 믿고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이 지나면 그만큼 더 발전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과거에 비해서도 현대는 참 많은 변화를 이루어 냈고 그것이 더 발전한 것이라고 믿는 것이지요.

발전했다고 믿는 이유에 대해서는 대부분 더 빨라진 시스템, 더 빨라진 인터넷 속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얼마나 시간을 단축되는가 하는 것을 발전의 증거로 제시합니다. 집도 빨리 짓고, 성과도 빨리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야말로 모든 것이 빨라진 세상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인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인가는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궁극적으로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세상의 모든 것이 변화 발전하는 것이라고 했을 때, 이 질문은 가장 근본적인 것을 묻는 것이니까요.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목적지까지 빠르게 도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삶에 좋은 것인가 되묻게 되면 반드시 좋다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목적지까지 빠르게 이동하는 동안에도 우리가 잃어가는 것들이 훨씬 더 많으니까요.

속도가 빨라지면서 우리는 낭만을 잃었고, 주위 풍경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잃었습니다. 느리게 움직이며 모든 역마다 정차했던 비둘기호 기차에서는 기타를 메고 느린 풍경을 바라보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러나 그런 낭만을 지금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신 우리는 대상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휙휙 지나가는 윤곽들을 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는 과정이 생략되고 대상을 윤곽만으로 판단해버리는 섣부름도 생겼습니다.

자동차가 너무 빨리 지나가니 도로에 있는 상점의 간판들은 점점 요란해지고 글자는 커졌습니다. 상점의 간판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점점 더 크게, 더 요란하게 걸리니 도시의 정갈한 느낌은 갈수록 사라지고 거리풍경도 어수선해 졌습니다. 아무리 간판 정비를 하려고 해도 속도를 줄이는 것이 병행되지 않는 이상 그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자동차를 버리고 도로를 걷는다면 유럽의 어느 골목상점처럼 아기자기 하게 우리의 눈높이에 맞춰 상가이름만 붙인 간판들이 곳곳에 생겨날지도 모르지요.

세상의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우리는 그 속도를 따라가느라 오늘도 숨이 가쁩니다. 그러나 오늘처럼 아름다운 5월에는 이따금 속도에서 벗어나 낮은 운동화를 신고 주위에 낮게 핀 꽃들과 눈 맞추며 천천히 걸어보고 싶습니다. 우리가 잃어가는 것들을 생각하면서, 내가 잊고 있던 그리움들을 하나씩 떠올리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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