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더숲

 

 
▲ 김미희 사서
평택시립 비전도서관

올 초 ‘꽃길만 걸으소서’란 인터넷 카드를 받았었다. 예쁜 문장이고 좋은 뜻으로 전하는 말이라 나도 덕담으로 가볍게 건네기도 했지만 누구도 변화무쌍한 길흉화복의 삶을 피할 수 없음을 이미 알리라. 작가 또한 인생의 꽃길도 걷고 진창길에도 빠져본 경험을 얘기하지만 결국 삶에서 부딪치는 일들이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알겠냐고 묻고 있다. 눈앞의 실익만 따지면 보이지 않던 것이 긴 맥락으로 인생을 보면 지금 막힌 길이 선물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고 말이다.

시인이자 명상가, 다수의 명상서적 번역가로도 유명한 작가의 이번 에세이는 쉽게 읽히는 짧은 글들이지만 소제목만으로도 울림을 준다. ‘축복을 셀 때 상처를 빼고 세지 말라’ ‘신은 구불구불한 글씨로 똑바르게 메시지를 적는다’ ‘불완전한 사람도 완벽한 장미를 선물할 수 있다’ ‘인생 만트라’ ‘자신을 태우지 않고 빛나는 별은 없다’ ‘나는 너와 함께 있을 때의 내가 가장 좋아’ 등 유머도 있고 필사하고 싶은 좋은 문장도 많아 찬찬히 삶을 돌아보게 할 것이다.

“경험을 통해 스스로 가짜와 진짜를 알아보는 눈을 갖는 일은 어떤 조언보다 값지다.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자신의 판단력을 갖게 된 사람은 남을 의심하거나 절망하느라 삶을 낭비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길을 갈 뿐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그 길에 이르는 과정을 섣부른 충고나 설익은 지혜로 가로막지 말아야 한다. 경험하지 않고 얻은 해답은 펼쳐지지 않은 날개와 같다. 삶의 문제는 삶으로 풀어야 한다.”

인생의 지름길을 가고 싶을 때가 있다. 남들이 했던 시행착오를 피하고 싶은 거다. 하지만 삶은 참 공평하지. 작가의 잠언시집 제목처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하는 안타까움, 고통과 번민의 시간을 거쳐야만 자신의 판단력을 단단히 다질 수 있는 것을. 

‘융의 돌집’도 마음에 남는다. 심리학자 칼 융에게 호숫가 돌집에서의 단순 소박한 생활이 휴식처이자 연구에 몰입하도록 도와주었다면 지금의 내게는 시골 텃밭이라 우겨보고 싶다. 씨앗을 뿌리고, 밭을 매고, 거둔 수확물로 소박한 밥상을 차린다. 몸 쓰는 일에 집중하다보면 정신이 순해진다. 흙냄새가 좋아지고, 넓디넓은 하늘과 빙 둘러친 산들, 그리고 사람의 경계를 무시로 드나드는 직박구리, 까마귀, 참새 등 아름다운 새소리와 바람까지…, 마음이 가벼워진다. 단순소박하게 살자, 관계에서 욕심 부리며 흔들리는 감정 소모도 비워내자 다독인다. 아름다운 자연 풍광은 세속적인 욕심을 하잘 것 없게 돌려놓는 놀라운 힘이 있다.

누구나 자신의 삶을 잘 살아내고 싶다. 우리는 의미를 찾는, 삶의 목적이 필요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이지만 고난의 의미를 알면 이 또한 견뎌낼 힘이 되지 않을까. 이 책으로 더욱 단단해지는 내 삶의 지침들을 새겨본다.

내게 오는 크고 작은 인연에 판단보다는 온 마음을 담아 잘 임하기, 나의 인생 만트라인  ‘본질적인 것에는 일치를, 비본질적인 것에는 자유를, 그 모든 것에는 사랑을’ 실천하기, 강박적인 생각을 내려놓고 삶의 아름다움 느끼기, 인생의 빗속에서 춤추기, 내적 삶에 관심 갖고 실천하기, 신이 주신 삶의 표식을 잘 발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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