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중요한 것이
생명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김기홍 위원장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올해 1월부터 노동현장의 산업안전 규제를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이 시행됐다.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가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할 때의 처벌 수위를 높이고, 노동자가 사망했을 때는 7년 이하의 징역,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산재사고 사망자는 오히려 늘어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3월 산재사고 사망 노동자는 무려 25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명(5.0%) 늘었다. 전체 사망자 78.3%에 해당하는 198명 즉, 10명 중 8명이 50인 미만 영세사업장 소속이었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은 사망자가 지난해 대비 17명 증가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더욱이 4월에는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로 38명이 사망하고, 5월엔 시멘트공장에서 끼임 사고가 나는 등 사망자가 잇따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재사망률이 OECD 회원국 중에서 1위인 이유는 그동안 중대 산업재해에 대한 처벌이 약했던 데다 위험한 일은 힘없는 하청업체 직원들에게 떠넘겨왔기 때문이다.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서 사고가 났을 때의 처벌이 안전조치를 위한 비용보다 낮다면 기업은 안전조치를 소홀히 하게 된다. 즉, 솜방망이 처벌이 노동현장에서 산업재해가 줄어들지 않는 근본적 원인인 셈이다.

실제로 아주대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안전보건공단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또는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산재 사망·상해 혐의)로 공소가 제기돼 법원 판결을 받은 1714건 중 징역 또는 금고형을 받은 경우는 피고인 2932명 가운데 2.93%(86명)에 불과했다. 90.72%는 벌금형과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특히, 1679명(57.26%)에 선고된 벌금형의 개인별 평균금액은 약 421만원이었다.

이를테면 2013년 6명이 숨진 여수 공장 폭발로 대림산업이 낸 벌금은 고작 500만원이다. 당시 대림산업의 1년 매출액은 8조 원이 넘었다. 2008년 40명이 사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는 불과 벌금 2000만원이었다. 6명이 사망한 2017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사고 때는 크레인 신호수만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특히, 구의역 스크린도어에 끼여 사망한 김 군 사건의 경우 법원은 2심에서 원청인 서울메트로 사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하청 사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 유예 2년 그리고 사회봉사 200시간을 명령했다. 또 하청업체 사장에게 1000만원, 법인에 3000만원의 벌금을 선고한 것이 전부다.

해외의 경우 안전보건조치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에 대해 엄격하게 처벌한다. 영국에서는 산업재해 사망사고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의식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이 2008년 4월 6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은 기업이 행한 행위나 기업경영상 조직과 활동에 관한 위법 행위, 주의의무 위반으로 발생한 행위가 사람을 사상케 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하는 행위에 대해 기업에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이 법을 중대하게 위반할 경우 벌금 상한선이 없다.

현재 산업안전 감독관 수는 부족하고 지방자치단체는 감독 권한이 없다. 현장을 관리 감독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 감독관의 권한을 노동조합과 명예산업안전감독관에게도 부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특히, 원청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과징금·징벌적 손해배상을 담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이번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그래야 산업재해 발생 빈도수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여전히 하루 3명의 노동자가 출근 후, 산업재해로 사망해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돈보다 중요한 것이 생명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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