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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평택애향가 존치와 교체의 기로에…
박성복 기자  |  sbbar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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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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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애향가 지우기,
사회적 합의 없는 일방통행 ‘도마 위’

평택애향가, 친일 흔적 작곡 VS 애국 흔적 작사 대립
상징물관리委, ‘애향가’ 존치하고 ‘시민의 노래’ 제작 동의
애향가 존치는 친일논란·신규제작은 예산낭비 ‘진퇴양난’
애향가 본질 사라진 노래 제작, 평택 정체성은 어디에?

   
▲ 평택애향가 노래말 후렴에 등장하는 '만세낙토'를 인용해 동평택로타리클럽에서 세운 기념비(1988년)

전국적으로 지자체를 상징하는 애향가나 상징물, 학교를 상징하는 교가에 친일 흔적이 있다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친일흔적 지우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평택시도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인식아래 평택시가 애향가를 새롭게 제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나 절차상의 문제가 도출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유달영 작사, 이흥렬 작곡의 ‘평택애향가’는 정확한 제작연대를 확인하기는 어려우나 1950년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평택시 기록은 1966년 <평택군 통계연보>에 기록된 자료가 있다. 그러나 1941년생인 김찬규 평택시발전협의회 명예회장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자신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도 불렀다는 것으로 보아 1950년대 초반에 제작된 노래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 평택애향가 악보

■ 친일논란에서 시작된 애향가 제작

평택시 애향가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작곡자의 친일 행적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가곡 ‘바위고개’를 작곡한 이흥렬은 ‘평택애향가’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애향가뿐 아니라 시·군 노래, 교가, 가곡 등 다양한 노래의 작곡자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의 친일 흔적은 1944년 대화악단 지휘자 경력에서도 눈에 띈다. 이 악단은 일제강점기 ‘반국가적 음악을 축출하고 웅대한 일본음악을 수립하는 것을 표방하고 활동’ 했던 친일음악단체로 경성후생악단과 함께 음악으로 나라의 은혜에 보답한다는 ‘음악보국’ 운동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일제의 압박에 의해 먹고 살기 위한 방편으로서가 아니라 친일을 주도하고 학생들을 선동한 것으로 보아 친일 논란을 피해가긴 어렵다.

반면, 작사자인 유달영은 그와 정 반대 행보를 보였다. 유달영 역시 전국적으로 애향가와 교가 등을 작곡했지만 그는 서울대 농대 교수로 사회운동가이자 수필가이며 1980년에는 ‘평생교육에 관한 헌법 제정’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일본에 맞서다 함석헌, 김교신 등과 함께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으며, 심훈이 쓴 <상록수>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최용신과 함께 농촌계몽운동을 펼친 분이기도 하다. 적십자의 노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노래, 신용협동조합의 노래 등을 작사했으며, 평택지역에서는 평택고등학교와 평택기계공업고등학교의 교가도 작사한 바 있다. ‘평택애향가’를 제작할 때는 한 달 동안 평택 전역을 돌아다니며 지형과 자원을 파악하고 평택의 상징을 생각해 작사했다고 한다.

친일논란에서부터 촉발된 ‘평택애향가’의 작사자와 작곡자의 삶의 이력이 정반대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모두 없애고 새로 ‘평택시의 노래’를 제작해야 한다는 입장과, 작사는 그대로 두고 친일흔적이 있는 작곡만 새로 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갑론을박이 펼쳐지기도 했다.

 

   
▲ 평택애향가 작사가 유달영
   
▲ 평택애향가 작곡가 이흥렬

 

 

■ 역사성·시민합의 무시한 일방행정

평택시는 올해 5월 8일 ‘평택시상징물관리위원회’와 용역사인 원트리즈뮤직, 분야별 전문가 5인이 참석한 가운데 평택애향가 제작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그러나 평택애향가 제작과 관련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크게 엇갈렸다. 대부분은 기존의 것을 없애고 새로 제작하는 데 동의했으며 일부 전문가는 애향가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거론하며 작사는 그대로 두고 작곡만 새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회의 자리에 참석한 평택시의회 의원들과 상징물관리위원들은 애향가는 그대로 존치하고 새롭게 ‘평택시민의 노래’를 만들자는 의견들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사전에 진행했다는 ‘시민 설문조사’가 도마에 올랐다. 시민들에게 애향가 제정 배경과 불려온 과정, 논란이 불거진 부분을 자세히 공지하지 않고 단순히 애향가를 아는지, 새롭게 밝고 경쾌하고 미래지향을 담은 노래를 만드는데 동의하는지 등 다분히 결과가 예상되는 의도된 질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애향가를 아는 지 묻는 질문에는 그동안 이에 대한 홍보가 없었고 그에 따라 애향가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애향가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다분히 활용에 관한 문제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절차상의 문제도 논란이 됐다. ‘평택애향가’는 평택시의 역사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것인 만큼 예산을 신청하거나 용역을 발주하기 이전에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와 전문가 자문이 필요한 부분임에도 이러한 과정이 모두 생략된 채 예산확보와 용역발주까지 마친 상태에서 형식상의 전문가 자문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애향가를 부르며 애향심을 키운 지역 원로들의 의견이나 시민 합의 역시 포함되지 않아 형식상의 절차였다는 논란이 일었다.

 

   
▲ 평택애향가에 등장하는 평택 안성 두강물이 모여 이룬 평택호반의 투영(오성면 당거리)

 

■ 상징물관리위, 시민의노래 제작 동의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평택시상징물관리위원회’는 지난 5월 22일 별도의 내부회의를 통해 애향가를 존치한 상태에서 밝고, 경쾌하며, 미래지향성을 담은 시민의 노래를 만들자는 데 합의했다. 그리고 5월 27일 ‘평택시민의 노래 제작 착수보고회’를 개최했다.

용역사는 이날 착수보고에서 “자사는 ‘화성시민의 노래’, 새로운 ‘경기도 노래’ 등 다양한 정부기관 음악을 제작한 경험이 있다”면서도 “타 공공기관의 경우 작사와 작곡에 대한 공모전을 시도했다가 모두 수상작이 없는 실패를 경험한 적이 있다. 공모 이후에도 결국에는 전문가가 대부분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평택시는 모두 전문가가 작업하는 것이 결과물이 제일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한 “노래에 담게 될 평택의 역사성과 자연경관 등은 ‘평택애향가’에서 가사를 일부 가져와 사용할 것”이라며, “제작하게 되면 향후 30~40년 이상을 불리게 될 노래이므로 신중하게 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착수보고회에 참석한 일부 평택시의회 의원들은 친일에 관한 한계를 정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제기하며 예산을 승낙한 것은 ‘평택애향가’를 변경하는 부분이지 ‘평택시민의 노래’를 만드는 것은 아니었다는 이유로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병배 평택시의회 부의장은 “요즘 시대에 애향가를 부르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친일의 흔적을 따지고 들어가면 자유로운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평택시민의 노래’ 제작에 크게 반대했다.

정일구 평택시의회 자치행정위원장은 “시의회에서 예산을 승인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때는 ‘평택애향가’를 변경하는 것이었지 그것을 그대로 존치하고 새롭게 ‘평택시민의 노래’를 만드는 예산을 승인한 것은 아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불거지면서 시민의 노래를 통과시킨 ‘상징물관리위원회’ 구성도 문제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평택시 조례’에 의하면 평택시 상징물은 ▲심벌마크 ▲시기 ▲문장 ▲시목인 소나무 ▲시화인 배꽃 ▲시조인 백로로 구분돼 있다. 이밖에도 상징물로 규정돼 있지는 않지만 평택을 상징하는 것으로 ‘애향가’와 ‘슈퍼오닝’ 등의 브랜드, ‘무동이’ 등의 캐릭터 등이 있다.

즉, 평택의 상징물에는 역사와 전통, 디자인, 생태, 인문 등의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실제로 위원회를 살펴보면 당연직과 평택시의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디자인계열 위원에 치우쳐 있어 과연 평택시 상징물을 제작, 변경하는데 있어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평택을 상징하는 애향가는 단순한 노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전통, 의미 등을 두루 생각해야 하는 인문학 분야인 만큼 이에 대한 전문성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며 ‘상징물관리위원회’에서 이 같은 결정을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 평택의 미래 담보한 새로운 노래?

평택시는 “3개 시·군이 통합되면서 평택시의 상징이던 ‘평택애향가’는 평택시 북부나 서부지역의 호응을 얻기 어렵다”며, “평택의 미래를 위해서도 시민들이 함께 부를 수 있도록 밝고 미래비전을 담은 새로운 노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 불리고 있는 ‘평택애향가’는 오히려 1950년대부터 불린, 즉 평택군이 3개 시·군으로 분리되기 이전 하나의 행정구역이었던 때부터 불린 노래라는 점에서 당위성을 얻기 힘들다. 4절로 구성된 가사를 살펴봐도 ▲천리평야 ▲진위 안성 두강물 ▲서해물결 ▲영웅바위 ▲소사벌 ▲어선 ▲풍어 ▲만세낙토 등 평택시 남부지역 보다는 서부지역을 비롯한 평택시 전역을 광범위하게 아우르는 이미지를 담고 있다.

게다가 3개 시·군이 분리된 후에도 송탄시에는 ‘송탄시민의 노래’가 만들어졌고, 평택시도 ‘평택시가’가 새롭게 만들어졌다. 그리고 1995년 3개 시·군이 다시 하나로 통합된 후에는 ‘송탄시민의 노래’와 ‘평택시가’는 폐지됐다. 따라서 ‘송탄시민의 노래’와 ‘평택시가’가 만들어져 불렸다는 것을 알고 있는 시민은 그리 많지 않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새롭게 노래를 만든다 해도 시민들에게 알리거나 많이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 이상 이 또한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크고 이에 따른 시민의 혈세가 낭비될 소지도 다분하다.

일부에서는 평택출신 가수 등 음악인에게 맡겨 평택의 노래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으나 애향가는 단순히 좋은 노래를 만드는 것에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평택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상징하는 것이라는 점을 상기할 때 사회적 합의 없이 기존의 역사성을 폐기하고 새롭게 만든다는 것은 당위성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자문위원 A 모 씨는 “평택시 인구가 50만 명을 넘어서고 대도시로 향하면서 평택시의 정체성도 갈수록 약화되고 있어 현재는 사라진 것들을 다시 발굴해내고 역사성과 정체성을 살리는 작업들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며, “친일 흔적을 도려내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기존에 좋은 뜻과 의미가 담겨 있고 역사성과 정체성을 가진 애향가 가사마저 없앤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해규 평택인문연구소장은 “평택애향가의 내용과 역사성을 고려할 때도 가사 폐기는 잘못됐다. 애향가를 1절에서 4절까지 곱씹어 보면 유달영 선생이 평택의 역사와 지리, 문화를 깊이 이해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날 다른 작사가에게 의뢰해도 이 같은 내용을 담아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평택애향가는 지난 70여년 평택시민이 부른 노래라는 역사성도 있다. 친일의 흔적이 있다면 지명도 있고 유능한 작곡가에게 의뢰해 다시 작곡되기를 소망한다”고 피력했다.

김찬규 평택시발전협의회 명예회장은 “예전에는 애향가를 초등학교에서도 불렀고 행사 때마다 자주 불러서 아주 익숙했다. 그런 노래를 없애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애향가를 없애는 것은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작사부분에 대해서 김찬규 명예회장은 “지역에 이름난 문학인이 없어 경기도에서 제일 유명한 유달영 선생에게 작사를 의뢰한 것이다. 당시 선생은 평택지역을 한 달 동안이나 돌아다니면서 평택의 정체성에 맞는 애향가를 작사했다”며, “가사의 내용만 살펴보더라도 서해물결이나 두강물 등 큰 틀에서는 평택의 상징을 절대로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주상 평택교육발전협의회장 역시 “예전에는 애향가를 행사 때마다 자주 불러 귀에 익숙하다”며, “유달영 선생은 훌륭한 분인데 역사성 있는 것을 함부로 없애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평택시민의 노래 신규 제작용역 용역사는 주식회사 원트리즈뮤직이 맡았으며, 지난 4월 20일 예산 6490만원에 평택시와 계약했다. 용역 기간은 2020년 4월 20일부터 2020년 10월 16일까지 6개월간이다.

 

 
▲ 글·박성복 사장
   편집·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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