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징그럽게 생각하는 바퀴벌레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살아있는 화석’입니다. 바퀴벌레는 끈질긴 생명력으로 3억 5천만 년을 생존했다고 합니다. 대단한 잡식성에다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에서 8일을 견딜 수 있습니다. 운동신경과 학습능력도 뛰어나 자신이 다닌 길을 기억하고 목적지까지 시간을 단축해서 가기도 합니다. 번식력도 뛰어나고 암컷이 독성이 있는 물질을 먹고 죽으면 알집에서는 이 독극물에 내성이 생긴 바퀴벌레를 만드는 능력도 있습니다. 핵이 폭발해도 살아남을 생명체를 꼽으라면 단연 바퀴벌레일 것입니다. 

모기는 8천만 년 전부터 지구에서 살았습니다. 공룡이 멸종한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은 것이지요. 전 세계 어디에서나 살고 있지만 눈에도 잘 보이지 않은 그 작은 곤충 때문에 매년 7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어갑니다. 일반적으로 산에 갔을 때 무서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곰이나 사자 등을 떠올리겠지만 실제로는 이 작은 모기를 더 무서워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인류가 지구에 살기 시작한 것은 바퀴벌레나 모기보다 한참 후인 1천만 년 전부터입니다. 그나마도 사람 화석 중 가장 오래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250만 년 전이고, 최초의 인류로 간주하는 호모에렉투스는 150만 년 전,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이 나타난 것은 20만 년 전쯤입니다. 그러니 생존능력이 뛰어나고 이미 오랜 경험으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한 바퀴벌레나 모기가 본다면 인간은 정말 하찮은 존재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인간은 단지 도구를 사용할 줄 안다는 이유로 진화를 거듭해 생태계의 최정상에 올라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자만심 가득한 환경파괴로 인해 스스로 멸망을 초래하는 어리석음을 자행하고 있으니까요.

도구가 없다면 어떤 생명체보다 나약했을 인간은 오히려 그들의 생존방식을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러나 인간은 단 한순간도 그들을 학습의 대상으로 보기는커녕 곤충이라고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인간에게 바퀴벌레나 모기는 단지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해충’이고 ‘박멸의 대상’일 뿐이지요.

잔디밭에 뿌리를 내린 토끼풀도 식물이 아닌 잡초로 분류되어 하루아침에 ‘제거 대상’이 됩니다. 그 역시 인간이 내린 규정입니다. 잔디밭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이지요. 어디서든 뿌리를 잘 내리고 강한 생명력으로 살아가는 것이 이 식물의 근본 습성입니다. 특히 토끼풀은 식물생장에 필요한 질소를 공급해서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식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간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제거대상’이 된 것을 토끼풀의 입장에서 본다면 과연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해충이든 잡초든 그것은 인간이 자의적으로 내린 규정이지 생명의 근본은 아닙니다. 박멸의 대상이자 제거의 대상이 된 것 역시 다분히 인간의 편의에 따라 이루어진 것입니다. 만일 정말로 인간에게 해를 끼쳐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면 그것은 무조건 박멸하거나 뿌리 뽑는 것에서 해답을 찾을 것이 아니라 그들이 근접하지 않을 환경을 만들어서 그들 스스로 다른 곳에 서식지를 둘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