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의 공용어인
한국수어를 배우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참된 동행이 아닐까

 

   
▲ 김윤숙 사무국장
평택시수어통역센터

6월에는 특별한 기념일이 있다. 바로 ‘농아인의 날’이다. 올해로 74주년을 맞이하고 있는 ‘농아인의 날’은 조선농아협회가 설립된 1946년 6월을 기념해 숫자 6과 귀의 모양을 형상화한 3을 결합해 6월 3일로 제정됐다.

지난 2016년에는 ‘한국수화언어법’이 통과됐다. 이 법안에는 농인이 사용하는 수어가 한국어와 동등한 언어로 인정받아 농인과 한국수어사용자는 한국수어 사용을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생활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한 농인과 한국수어사용자도 한국수어를 통해 삶을 영위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음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전국 35만 청각장애인의 숙원사업이었던 ‘한국수화언어법’ 제정에 대한 기대와 달리 농인이 느끼는 체감도는 매우 낮은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감염 예방대책에 대한 브리핑을 할 때마다 수어통역사가 수어를 전하는 모습을 보며 작은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을 느꼈다. 수어통역사가 단상에서 통역을 할 때 사회자 또는 강연자를 방해하는 요소로 천덕꾸러기가 되곤 했던 통역사가 이제는 손이 잘 보이는 위치에서 한국어와 동등한 한국수어로 정보를 전달하고 있었다. TV 화면 속 한국수어 영상의 크기 또한 달라졌다. 화면 구석진 곳에 작게 보였던 한국수어는 마치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작아 잘 들리지 않는 것과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아주 명확하게 잘 보이는 한국수어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존경’과 ‘자부심’을 뜻하는 수어 동작을 사용해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헌신한 의료진을 격려하기 위한 ‘#덕분에 챌린지’를 주도했다. ‘#덕분에 챌린지’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헌신한 의료진을 격려하는 의미뿐만 아니라 농인의 목소리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대중에게 보편화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평택의 한 중학교에서도 작은 변화가 있었다. 급식을 할 때 말을 하지 않고 “조금 더 주세요”, “덜어 주세요” 등을 수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교육하기 위한 수어영상물 제작 의뢰가 들어왔다. 경기꿈의학교 공모사업으로 ‘한국수어 꿈의학교’가 처음으로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한국수어가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관심의 수단으로 그치지 않고 당연히 배워야 할 언어가 돼야 한다.

이제 6월이 되면 떠오르는 기념일 중에 6월 3일 농아인의 날을 기억해야 한다. 나아가 농인의 정체성 확립과 농문화 육성은 물론, 한국수어 사용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됐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농아인의 날을 맞이해 모두가 소통하는 평등한 사회를 위해 1일 1수어를 배워 보는 건 어떨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의 공용어인 한국수어를 배우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참된 동행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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