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여중 사건을 계기로
학교다움을 성찰하면서
교사의 인권감수성 함양이
함께 이뤄지기를 바란다

 

   
▲ 이은우 이사장
평택시민재단

최근 평택여중에서 가정형편과 부모 직업, 이혼 여부 등 학생 가족의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캐묻는 가정조사를 진행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문제의 조사서에는 ‘지금 저희 집의 경제적 형편은 이렇습니다’라는 항목과 함께 ‘기초생활 대상자인지, 부모가 이혼이나 별거를 했는지’ 등을 묻는 문항이 있었다. 또 ‘부모님을 소개합니다’ 항목에는 부모의 직업을 적는 칸이 있고 ‘부모님이 안 계시는 경우 안 계심, 돌아가심, 이혼 등으로 써달라’는 설명도 붙어 있었다.

이 조사서를 돌린 교사들은 학생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의도로 한 것이라고 변명을 했다고 하는데, 학생 입장에서는 이런 조사서를 작성하는 것 자체에서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 더구나 교사가 가정환경에 따라 차별을 한다고 느낀다면 이는 아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될 수가 있다. 이런 비인권적 조사를 진행한 교사는 아이와 부모의 마음은 생각해봤을까? 학생만 바라보고 학생의 마음을 헤아리는 교육 현장을 촉구한다.

이 조사서를 받은 이웃집 할아버지는 “손녀를 할아버지가 키우는 것이 뭐가 문제이고, 부모 이혼, 생존 여부를 왜 교사가 알아야 하냐”며, 손녀의 상처를 걱정해 안절부절못하셨다. 아마도 평택여중의 비인권적 가정조사 사건을 보면서 많은 사람이 예전에 겪었던 자세한 가정환경 조사로 인한 수치심과 차별로 인한 상처를 소환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받았을 속상함, 상처가 염려된다. 집안 사정을 자세히 쓰면서 다른 친구들과의 격차를 느끼며 힘들어했을 아이들에게 평택여중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정말 반성해야 한다.

평택여중 2학년 10개 반 중 4개 반에서 이와 같은 내용의 조사지가 배포됐다고 하는데, 빙산의 일각으로 보여 개탄스럽다. 인권 감수성이 낮은 교육계 현실로 봤을 때 행정 편의적 발상으로 진행된 비교육적, 비인권적 조사가 올해만, 2학년 학생들에게만, 평택여중만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관내 학교에 대한 실태조사와 대책 마련이 필요한 까닭이다.

이런 비인권적 가정조사가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차별과 편견을 조장하는 문제 때문에 2013년 교육부는 학력·직장·재산 등 학부모 신상정보 수집을 금지했지만, 아직도 일부 학교, 교사들은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예전의 자세한 가정환경조사서를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있어서 대단히 개탄스럽다. 행정 편의를 앞세워 지침을 어기고 대안을 모색하지 않는 것은 교사의 자질과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평택여중, 교육청 등 교육계는 파문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리며 소극적인 조치와 태도를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사회는 차별과 편견에서 벗어나 인권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교육 현장은 아직도 행정 편의적인 발상, 학생과 부모를 대상화하는 퇴행적 사고, 부족한 인권 감수성, 사회제도의 변화에 둔감한 시대착오적인 발상과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 답답하다. 교육의 의미와 교육기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성찰해야 할 것이다.

수시로 발생하고 있는 교육 현장의 비교육적, 비인권적 행태는 학생들에게 직접적 피해와 상처를 주고 있으며, 학부모와 시민들에게도 교육계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키고 있다. 불신이 이어지는 것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와의 올바른 관계 설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교육계는 개인정보, 학생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학생들을 알아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교사가 조금만 더 고민하고 학생들을 위해 시간을 사용한다면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릴 좋은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 삼아 교사다움, 학교다움을 성찰하면서 교사들에 대한 인권 감수성 함양이 함께 이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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