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으로 도입되는
‘공익형 직불제’
신규 농업인과 임차농에겐
‘그림의 떡’

 

   
▲ 이상규 前 감사
평택농협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찾아온 2020년 봄! 우리들의 세상은 혼돈과 불안 그리고 연대와 동참으로 점철돼 복잡하게 정신없이 흘러갔지만, 들녘의 봄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자연의 섭리대로 차분히 우리 곁을 지나갔다. 봄 내내 들녘에서 흙과 씨름하며 굵은 땀방울 흘리던 농민들이 요즘은 깨끗한 옷차림으로 지역의 읍·면·동사무소를 찾는다. 바로 올해부터 새롭게 도입되는 ‘공익형 직불제’ 신청 때문이다.

지난해 국회에서는 그동안 쌀 농가와 대농大農 중심의 직접지불제도라며 말이 많았던 일명 ‘직불제’를 손보며 소농小農을 우대 지원하고 재배작물의 종류와 상관없이 같은 단가를 지급하는 ‘공익형 직불제’를 2020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먼저 직불제 또는 직불금이 무언지 한마디로 정리하면 정부가 농업 생산자에게 직접 소득을 보조해 주는 금액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에서 농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농업 활동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농업인에게 주는 일종의 장려금이라고 볼 수 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공익형 직불제’의 핵심은 농지면적 0.5ha(약 1500평) 이하 일정 요건을 갖춘 소규모 농가에는 면적과 관계없이 연간 120만원의 소농직불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그 외 농업인에게는 면적 구간별 책정된 금액을 적용 1ha(약 3000평)당 100~205만원의 면적직불금을 지급한다. 이전보다 조금은 복잡한 신청 절차가 따르겠지만, 어찌 됐든 소농小農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공익형 직불제’는 시행 초기부터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첫째, 남의 땅을 빌려 농사짓는 임차농의 경우 직불제를 받기 위해 임대차 계약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땅 주인에게 임대차 계약서를 받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땅 주인은 훗날 발생할 수 있는 양도소득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해 주지 않는다.

둘째, 직전 3년간 한 번이라도 직불금을 받은 농지라야 공익형 직불제 대상 농지가 된다. 가령 유천동 농민 홍길동 씨가 이전부터 자신이 소유한 농지에 고추 농사를 지었지만, 까다로운 절차와 얼마 되지 않는 직불금 때문에 작년까지 한 번도 직불제를 신청하지 않았다면 실제 농사를 짓더라도 이번에 시행되는 ‘공익형 직불제’를 신청할 수 없다. 농업인이 새로 산 농지가 이전에 직불금을 신청하지 않았던 농지라도 마찬가지다.

셋째, 올해부터 농사를 시작하는 귀농인을 포함한 신규 농업인의 경우 후계 농업경영인이나 전업농 육성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했다면 직불금을 신청할 수 없다. 농산물 수입개방 확대로 인해 점점 어려워져가는 농업 현실에서 우리 농업의 새로운 희망을 찾겠다고 나선 이들은 ‘공익형 직불제’ 지급대상자가 아니다.

넷째, 쌀값이 하락하면 떨어진 쌀값 일부를 보전해주던 ‘변동직불금’이 폐지되면서 쌀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쌀값이 갑자기 폭락할 경우 쌀 농가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사라진 셈이다.

새로 도입된 ‘공익형 직불제’는 시행 초기부터 개선해야 할 많은 과제를 드러내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농민들의 제대로 된 의견수렴 없이 사실상 일방적으로 시행한 ‘공익형 직불제’의 문제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새로운 직불제가 농민을 위한 제도라면 당사자인 농민의 의견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현재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공익형 직불제’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법 시행령 개정이 조속히 진행되길 바란다. 또한, 우리 국민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들녘에서 땀 흘리는 농민들이 웃을 수 있는 세상이 하루빨리 오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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