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살고 싶은
평택시가 될 수 있도록
후손이 우리 시대의 꿈과 실천에
존경과 감사를 보낼 수 있도록
힘써 노력하자

 

   
▲ 김해규 소장
평택인문연구소

영화 ‘장군의 아들’에서 김두한은 걸핏하면 ‘안동 김씨’임을 내세운다. 물론 영화적 설정일 뿐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설정은 ‘전통과 문화’라는 것이 개인의 삶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게 한다. 우리는 높은 지위, 많은 재물, 좋은 집과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에게 ‘잘 산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는 ‘권력자’라고 말하는 것이 옳고, 돈이 많은 사람에게는 ‘부자’라고 표현해야 한다. 결코 권력과 돈이 ‘잘 사는 것’의 척도가 될 수 없다. ‘잘 산다’라는 것은 ‘삶의 질과 가치’의 문제다. 얼마나 가치 지향적으로 살며 그 삶이 사회적 지지를 얻느냐가 중요한 척도다.

그동안 평택시는 ‘부자도시’, ‘편리한 도시’를 꿈꿨다. 풍부한 공업용수, 편리한 교통망, 대규모 항만시설을 이용한 공업화, 도시화에 우리의 미래를 걸었다. ‘슈퍼평택’, ‘신성장 경제신도시’라는 구호에는 그 같은 목표와 지향점이 담겼다. 하지만 근래 평택시의 몇몇 사업에서는 그간 패러다임의 변화가 감지된다. 물론, 물질적 풍요만을 꿈꿨던 자본주의적 삶, 약육강식의 경제논리를 폈던 신자유주의를 물리친 코로나19 사태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분명 큰 변화다. 평택시의 변화는 외적 요인보다 내적 반성과 의지가 더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된다.

국도 1호선과 안성천, 진위천, 통복천에 도시숲을 조성하고 역사, 문화, 예술, 생태적인 스토리텔링을 하려는 사업은 가장 돋보인다. 평택시의 대표하천에 도시 숲을 만들어 시민에게 청정한 공기와 여가를 즐길 공간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 생태적인 스토리를 덧입혀 시민이 역사적 정체성과 문화적 자긍심을 갖게 하겠다는 발상은 신선하다. 군문동 일대 안성천 습지에 시민위락시설과 습지생태를 활용한 노을공원을 조성하려는 계획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고마운 것은 스토리텔링 없는 공원과 위락시설을 만들었던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해, 역사와 문화를 덧입히고, 땅의 역사, 물의 역사, 사람의 역사를 녹여내려는 노력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평택시는 앞으로 반환될 고덕 알파탄약고와 팽성 CPX훈련장도 조사연구를 거쳐 역사·생태·평화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오랫동안 우리는 ‘도시발전’과 ‘경제성장’이라는 단어를 동일시했다. 도시가 발전했다는 것은 물질뿐 아니라 삶의 질적 향상을 의미하지만, 우리의 성장은 오직 물질적 풍요에만 한정됐었다. 우리 시대가 이룩한 발전이 후대의 삶에도 긍정적으로 영향을 끼쳐야 한다는 사실도 망각했다. 영국의 맨체스터와 리버풀, 버밍햄,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는 산업혁명의 대표적 수혜도시였다. 20세기 전반까지만 해도 세계의 많은 도시는 이들 도시를 모델로 도시 발전을 꿈꿨다. 하지만 후기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위 도시들은 흉물로 변했다. 힘차게 솟아오르는 굴뚝 연기, 미세먼지 가득한 하늘, 방치된 폐공장과 주택들은 더 이상 번영과 풍요를 상징하지 못했다. 죽어가는 도시를 살린 것은 다름 아닌 문화와 예술이었다. 친환경적 산업구조로의 전환도 큰 영향을 끼쳤다. 평택시도 영국의 리버풀과 버밍햄, 맨체스터를 지향했던 도시였다. 이들 도시의 황폐해진 모습은 100년 후 평택시의 미래였다. 필자가 평택시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 또 현재 진행 중인 몇몇 사업에 찬사를 보냈던 것은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싶기 때문이다.

평택시를 품격 있는 도시로 발전시키려면 가치관의 변화가 필요하다. 힘과 지혜, 열정을 모아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스스로 우리 시대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으며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선조들로 기억될 수 있다. 그러려면 물질적 풍요에만 집착했던 과거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 역사와 전통 위에 인간 중심의 첨단도시를 건설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화예술 수준을 높이고, 당장의 이익보다 가치를 우선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시민이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정책을 펴는 것도 중요하다. 모두가 살고 싶은 평택시가 될 수 있도록, 후손이 우리 시대의 꿈과 실천에 존경과 감사를 보낼 수 있도록 힘써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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