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여울/천년의상상

 

 

   
▲ 박주하 사서
평택시립 안중도서관

‘달그락달그락-하루를 요모조모 마음껏 요리하는 법’이란 제목과 함께 잔잔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의 책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2020년 ‘책 읽는 평택’ 후보도서로 선정되기도 한 정여울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 주저 없이 책을 집어 들었다.

손에 딱 들어오는 적당한 크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두께 감도 마음에 들었다. 책의 내용도 편안하게 읽히고 공감하기 쉽다. 작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었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마음에 들어오는 소재는 책의 끝부분에 등장한다.

첫 번째는 ‘내 인생의 도서관’이란 제목의 글이다. 글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도서관에서의 경험이 새록새록 생각났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선경도서관에 종종 갔다. 언덕을 올라가야 나오는 도서관으로 가는 길은 조금 힘들었지만, 막상 도서관에 오르면 탁 트인 전경이 시원하고 상쾌했다. 당시에는 입구에서 번호가 적힌 종이를 받고 들어갔다.

필요한 도서를 찾아 한 장 한 장 정성스럽게 복사를 해서 과제를 준비하기도 하고, 공부하기 싫을 때는 영화를 보러 갔다. 고등학생이던 내게 도서관에서 영화 감상을 할 수 있다는 게 매우 신기하고 좋았다. 요즘에는 청소년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마련되어 있지만, 당시에는 마땅히 어울릴 만한 공간이 없었기 때문에 도서관은 그야말로 만능이었다.

두 번째 마음에 와 닿았던 이야기는 ‘겉과 속 다른 세상에 대한 걱정’이다.

 

연일 국내외로 테러와 살인에 관련된 뉴스가 터지니 ‘평화라는 것은 우리 머릿속에만 있는 이상이 아닐까’하는 절망감이 드는 요즘이다. 더구나 이것만은 안전해야 할 것 같은 삶의 보루들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평화는커녕 기본적인 신뢰조차 불가능한 사회가 돼가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163쪽)

 

이렇게 시작하는 이 글은 코로나19로 인해 마음에 여유가 없어진 팍팍한 요즘을 대변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특히 글 속에 인용된 이규리 시인의 <껍질째 먹는 사과>라는 시의 “껍질째 먹을 수 있다는데도 / 사과 한입 깨물 때 / 의심과 불안이 먼저 씹힌다”라는 구절에 공감하며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요즘에는 ‘거리 두기’라는 말이 흔히 사용된다. ‘너와 나 사이 안전한 거리, 2m’라는 표어와 함께 거리 두기에 관한 홍보문이 곳곳에 붙어 있다. 사람 사이에는 분명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몸의 거리가 마음의 거리가 되는 것은 아닐까 염려되는 요즘이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고, 친구들과 까르르 웃으며 학교에 다니던 평범한 일상으로의 복귀는 언제쯤 가능할까? 이렇게 마음이 답답하고 위로가 필요할 때, 휴식 같은 책 한 권과 함께해보는 것은 어떨까 조심스럽게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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