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4년 8월 15일

12살과 싸웠다고 남편이 책망
어린이에 욕먹고, 남편에 꾸지람

 

 

“경기도 진위군 병남면 합정리 정경조(鄭敬朝)의 처 조(趙, 24)는 지난 15일 오전 9시경에 그 동리 못(池沼)에 빠져 죽었다는 급보를 들은 평택경찰서에서는 즉시 경부보와 함께 가 출장하여 시체를 검시한 후 그 시체는 가족에게 인도하여 매장케 하였다는데, 자살한 원인을 들은 즉 이웃집 12살 먹은 계집아이와 대단치 아니한 말다툼을 하고 어린아이에게 욕먹은 것을 통분히 여기던 중 자기 남편이 사실을 듣고 아이와 싸운 것을 책망함으로 그 여자는 더 기분이 나서 두 살 된 아들을 뒤두고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국 고혼이 되어 버렸다더라.”(『동아일보』 1924년  8월 18일)

옛말에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있다. 겉으로 위해 주는 체하면서 속으로 헐뜯는 사람이 더 미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지만, 우리 일상에서는 자주 겪는 일이기도 하다. 평소에는 자상한 남편이었는데 어떤 일에 대해 책망을 하면 죽고 싶을 때가 있다. 이를 슬기롭게 넘기면 괜찮지만, 심약하거나 이를 잘 대처하지 못하면 목숨을 잃기도 한다.

평택에서 1924년 8월 15일 일어난 조 모 씨의 죽음도 이러한 상황이 아닌가 한다. 이날 병남면 합정리(현 합정동)의 연못에서 24세 되는 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사연인즉 다음과 같다.

연못에 투신한 여성은 합정리 사는 정경조의 부인 조趙 모某였다. 기사에 의하면 아마도 전날로 추정되는데, 12살 되는 어린아이와 말다툼을 크게 하였다. 원인은 확인되지 않지만 사소한 것으로 인해 싸움으로 커졌다. 조모는 말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어린이로부터 모욕적인 ‘욕辱’을 들어서 기분이 매우 상해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남편이었다. 남편은 어린이와 말다툼을 한 아내 조 모를 나무랐다. 다 큰 어른이 어린아이와 싸웠다고 책망을 한 것이다. 안 그래도 분을 참지 못하던 중, 남편으로부터 위로보다는 비난을 듣게 된 조 모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결국 다음날 8월 15일 오전 9시 마을 연못에 투신하였다.

남편은 결혼한 남자를 그 아내가 상대하여 이르는 말이지만, 흔히 ‘남의 편’이라고도 한다. 자신의 아내를 위로하지 못한 못난 남편의 모습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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