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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경의 세상돋보기 - 평화는 ‘상태’가 아닌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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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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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와 연대, 공감
나는 그런 평화를
기원하고 믿는다

 

 
▲ 임윤경 사무국장
평택평화센터

얼마 전 지역연대모임에서 생긴 일이다. 성명서 발표 과정에 몇몇 중심 그룹이 성명서 내용을 SNS 사회관계망으로 묻는 일이 있었다. 느리게 가더라도 과정을 중시한다는 평화를 지향하는 모임이라 얼굴보고 의견을 묻지 않은 것이 좀 의외였지만, 개의치 않았다. 의견을 낸 사람은 두 사람. 공교롭게도 둘의 의견은 달랐다. 이후 두 사람의 설전이나 공방전, 서로의 입장을 관철하려는 압박이 담긴 글, 감정싸움 등이 있었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아니다. 두 사람의 이견을 확인한 중심 그룹이 바로 ‘서로의 다름’, ‘이분법’, ‘갈등’ 같은 가르침이 담긴 긴 글로 중재에 들어갔고 어느새 두 사람은 이견을 냈다는 이유로 갈등유발자가 돼 버렸다. 이후 두 사람은 침묵을 선택했다.

‘여성, 평화, 환경’ 세 주제의 공통점은 하나의 학문이 아니라 총체적인 인식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사전적인 정의가 불가능하다는 점, 우리 사회에 간절한 언어이지만, 가장 연구 집단이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적인 의미 그대로 ‘평화’를 해석한다면 이번 사례처럼 다른 입장의 의견을 내는 것마저도 평화를 해치는 행위가 된다. 한 목소리를 내는 것과 한 목소리만 가능한 것은 엄연히 다른데도 말이다.

우리가 갖는 평화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일상과 전시가 따로 있다는 것, ‘군사주의’와 ‘평화’는 대립한다는 사고다. 평화는 ‘평화교육’이나 ‘비폭력 대화’가 아니다. 평화운동가인 어느 수녀님의 말대로 “평화로운 대화를 하려면 속에서는 불이 나는 법”이다. 전통적인 국제정치학에서는 ‘전쟁’과 ‘평화’는 같은 말이다. 놀랍게도 평화의 어원은 ‘침략자’, ‘강자의 승리’를 뜻한다. 공격 후 점령지역을 평정平靜해 반란을 진압한다는 뜻의 ‘pacify’에서 ‘peace, 평화’가 나왔다. ‘평화는 투쟁’이라는 어떤 작가의 말처럼 평화는 일상 속 갈등이다. 하지만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는 미명 아래, 갈등이 싫어서, 얼굴 붉히기 싫어서, 일상의 근본적인 문제를 회피하거나 가장 중요한 문제를 가장 적게 논의한다. 회피가 길어지면 무관심이 된다. 소수의 사악함보다 다수의 무관심이 사회악을 부르는 때가 더 많다. 무관심은 현재 우리사회의 또 다른 모습이다.

인생의 어느 장면에서나 사람, 인간관계가 중요하다. 특히, 사회운동에서 사람은 모든 것이다. 아무리 구조적 문제여도 동시에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평화는 상태가 아니고 관계라고 말한다. 아프고, 슬프고, 외롭고, 버림받은, 억울한, 상처받은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보는 순간의 위로. 사회 정의와 타인을 이해하는 과정으로써 연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으며 함께 걸어가는 공감. 나는 그런 평화를 기원하고 믿는다.

사족 하나. 그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다. “(힘이 없는데) 힘을 내라”,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은데) 잊어라”, “(이미 너무 참고 있는데) 참아라”, 심지어 착취 구조에 갇힌 사회적 약자에게 “왜 그렇게 분노가 많냐”, 생존권을 박탈당한 이에게 “왜 그렇게 주장이 강하냐”고 분노하지 않기를 바란다. 돕고 싶다면 그들의 분노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라.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평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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